[G8 정상회담] 클린턴 지각에 일본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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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요 8개국(G8)정상회담 개막을 하루 앞둔 일본 오키나와(沖繩)는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미군기지 문제로 시위를 벌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현지 주민 2만여명은 20일 동북아 최대 미 공군기지인 가데나(嘉水納)기지를 인간사슬로 에워싸고 "세계를 향한 평화, 오키나와 기지 집중 해결" 을 호소했다.

오키나와 평화운동센터를 비롯한 1백여개 시민단체와 해외 비정부기구(NGO)가 참가한 '가네다기지 포위행동' 은 각각 5분씩 세차례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시위 후 오키나와내 새 기지 건설 반대와 기존 기지 정리.축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평화 메시지를 발표했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행동은 세계 이목이 집중된 것을 계기로 기지문제를 외부에 알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오키나와가 일본 영토로 복귀한 뒤 이곳을 최초로 방문한 미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클린턴은 주민들과 행사에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군 주둔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의 잇따른 집회는 그의 방문에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을 뒷받침해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한다는 말이 오키나와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 고 말해 미국이 신뢰를 얻으려면 구체적인 기지 감축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동평화협상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 방일이 늦어진 것을 두고 일본 정부 내에서 "일본 경시가 아니냐" 며 불쾌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12, 13일 미야자키(宮崎)에서 열린 G8외무장관 회담에 불참한 터여서 후유증이 다소 오래 갈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 도착이 예정보다 하루 늦어지는 바람에 미국측은 당초 준비했던 클린턴과 오키나와 주민간 교류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21일로 예정했던 클린턴의 평화기념공원 연설은 당초 행사의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활발한 동북아 외교를 펼쳐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이 끝난 후 오키나와 어린이 유도대회를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년 전 유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도복을 입고 어린이들과 대련할 예정이었으나 시간 관계로 관람만 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일찌감치 일본에 도착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나고야(名古屋)에서 벌어진 스모(일본 씨름)대회를 관람했다.

○…일본 경찰은 이번 정상회담에 2만3천여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의 경호작전에 들어갔다. 2주 전부터 회담이 열릴 나고(名護)에서 차량 검문을 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反)기지 감정이 고조되면서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호작전에는 방위청도 참가, 회담장 주변 수역에 여러 척의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보냈다.

오키나와=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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