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소방시설 설치로 산림훼손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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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산불의 조속한 진화를 내세워 순천시가 시내 녹지공간인 봉화산에 소방시설을 설치한 데 대해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깨비 불' 을 끈다는 핑계로 거액을 들여 훼손한 자연을 원상복구하라는 것이다.

순천시는 조곡동 봉화산(3백53m)에 지난 2월부터 9억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임도(林道)4㎞를 뚫고 정상엔 콘크리트 집수정(集水井)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봉화산 등에서 1993년부터 해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 등이 자주 발생, 이를 한시라도 빨리 끄자면 임도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순천경실련.동부지역사회연구소.순천시민연대 등 12개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산을 마구 손댔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임도 개설로 산 허리가 잘렸고 스프링클러도 산 정상 4천여평에 조성된 철쭉단지의 급수 시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 집수정은 저수량이 35t에 불과해 산불 진화에 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가 봉화산 정상에 설치하려는 무지개형 분수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봉화산 살리기운동본부' (대표 현고스님.전 송광사 주지)를 결성, 항의 표시로 봉화산 보전 서명과 시청 앞 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 서한 보내기 등을 하고 있다.

순천경실련 김준영 사무국장은 "시가 마구잡이식으로 시설물을 설치해 산림 훼손이 심각하다" 며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배수로.집수정을 더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최소한의 시설물만을 설치한 것이다" 고 밝혔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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