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비용 20년간 200억달러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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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 통일후 북한 주민의 소득을 남한의 75%까지 끌어올리려면 통일시점부터 20년간 해마다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9.5% 가량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의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 캐피털이 주장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14일 발표한 '통일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보고서에서 남한의 경제규모가 북한의 20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 통일비용을 추산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북한 주민의 소득수준이 최소한 남한의 4분의3 수준에 이르러야만 남북한이 큰 마찰없이 융합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단계까지 드는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설정했다.

이 회사의 아시아 리서치 담당 이사인 도미니크 드워프위크는 "독일 통일 전 서독의 경제규모가 동독의 5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 훨씬 유리한 입장" 이라며 "예를 들어 남한 GDP의 4.5%만 지원해도 북한은 90%나 성장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일시에 올리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꼽았다.

그 근거로 독일의 경우 5년만에 동독의 임금 수준을 통일 전의 10배로 올리자 고용이 75%나 감소한 사실을 들었다.

통일 재원에 대해서는 국방비 감소분 등 자연스럽게 절약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 세금과 정부 부채를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외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 자금 조달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임금 수준을 장기간 낮게 유지할 경우 북한 인구가 남한으로 옮겨올 것이 우려되긴 하지만 남한의 집값이 워낙 비싸고 생활비가 많이 들어 인구이동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보고서를 인용, 통일비용은 향후 20년간 2백억달러 가량 소요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돼 20년간 연평균 5%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골드먼 삭스는 지난달 양측의 경제수준이 대등해지려면 10년간 1조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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