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장단 선거후유증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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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끝난 부산.경남지역 기초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열.혼탁선거의 결과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의원이 회의장에 분뇨를 뿌렸는가 하면 재선에 반발하자 의장직을 내놓는 사태도 빚어졌다.

지난달 30일 경남 밀양시의회 의장에 선출된 장익근(張益根.57)의장은 지난 6일 사퇴서를 냈다.

밀양시 의장 선거 이후 낙선자를 지지한 일부 의원들이 "張의장이 전반기 의장선거 때 지지해 주면 후반기 때는 양보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 고 주장해 왔다.

張의장은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일부 의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명분 없는 사퇴를 종용해 왔다" 며 "사람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풍토에서 더 이상 의장직을 맡을 수 없다" 고 말했다. 밀양시의회는 오는 18일 본회의를 열어 張의장 사퇴서를 표결처리하기로 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10분쯤 부산 사하구의회 본회의에서 李모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신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중 플라스틱 통에 넣어 온 분뇨를 뿌렸다.

李의원은 이날 "특정 인물 끼리 모여 의장단을 미리 내정해 뽑았다" 면서 "선거결과는 무효" 라고 주장했다.

사하구 의회는 지난 4일 신임 의장단을 뽑은 데 이어 5일 상임위원장 선거를 했으나 운영위원장은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선출하지 못했다.

10일 실시된 경남 사천시의회 의장선거에서 옛 사천군 출신 이원식(李原植.63)현 의장이 당선되자 삼천포 출신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옛 사천군 출신 의원 8명과 삼천포시 출신 6명이 각각 모임을 갖고 지역 출신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의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1995년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된 사천시는 선거 때마다 지역대결 구도를 보여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냈다.

창원 YMCA 권순주(權純主.42)사무총장은 "주민의 대표라는 자리를 망각한 채 지역갈등 조장 등 보신주의에 빠져있는 의원들의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강진권.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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