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왕녀, 미 해병과 열애 망명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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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레인 국왕의 조카딸이 미국 해병대원과 사랑에 빠져 미국으로 달아나 망명을 신청했다.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1일 미 해병대원 제이슨 존슨(25)과 바레인 국왕의 조카딸 메리엄(19)의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를 소개했다.

바레인 국왕의 사촌인 압둘라 알 할리파의 딸 메리엄은 지난해 봄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있는 한 쇼핑몰에서 트럭 운전사 아들인 존슨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존슨은 바레인에 사는 국방부 직원과 가족을 보호하는 임무로 파견돼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반대하자 몰래 시카고로 달아나 지난해 11월 미국 내에서도 결혼을 쉽게 할 수 있기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슬람 국가에선 부모의 동의 없이 교제하거나 비(非)이슬람교도와 결혼하면 처벌받는다.

존슨은 몇개월간 사귀다 메리엄이 왕족임을 알았지만 그때는 이미 서로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존슨과 메리엄의 미국 탈출은 해병대 작전을 방불케 했다.

존슨은 야간투시경으로 공항의 수속절차를 관찰한 뒤 메리엄을 해병대원으로 분장시키고 가짜 신분증도 만들었다. 존슨은 파병 근무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데도 근무지를 이탈해 병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두 사람은 시카고 공항에 도착하자 바레인 정부로부터 송환요청을 받고 대기 중이던 미 이민귀화국(INS)요원들에게 체포됐다. 그러나 메리엄은 "귀국하면 바로 처형될 것" 이라며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이민국 청문회는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미 정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바레인과의 관계를 고려, 망명에 반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종교.정치적 이유로 처형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정치망명이 허용되고 있으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주미 바레인 대사관은 "처벌은 없을 것" 이라며 귀국을 촉구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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