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원전 기술 확보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국은 이번 사업을 따냄으로써 미국·프랑스·러시아·캐나다에 이어 5번째 원전 수출국이 됐다. 이번 UAE 원전사업 수주 경쟁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의 아레바, 일본의 히타치·도시바·미쓰비시, 러시아 로사톰, 캐나다 원자력 공사 등 세계 최강의 원자력 선진국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이루어낸 쾌거라서 더욱 의미가 크다.

UAE가 중동지역 최초로 원전 도입을 선택한 이유는 석유자원이 고갈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석유 고갈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2030년까지 약 300여 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시장 규모가 10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1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중국도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2~3기의 원자로를 건설해야 할 정도로 세계는 ‘원자력 르네상스’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원자력 시장은 크게 삼분돼 있다. 프랑스의 아레바와 일본의 미쓰비시가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미국의 GE와 일본의 히타치, 그리고 일본의 도시바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의 기업연합이 원전 플랜트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수주에 성공한 것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 능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이 원전 수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예상 국가는 요르단·중국·터키·남아공·인도 등으로 원자력 플랜트 수출 전망이 밝아졌다.

플랜트 수출로 벌어 들이는 돈만이 아니다. UAE에 원전이 준공되면 핵연료 수출로 약 220억 달러, 부품 수출로 약 6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60년의 원전 운용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자력 산업이 먹을거리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원전 가동에 절대적인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에 UAE가 한국을 선택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안전한 운용 실적을 가장 중요시했다. 한국 내에서 원전 가동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기 때문에 원전 플랜트 수출에 제동이 걸린다.

둘째는 원전 운용 지역의 주민들과 상생하는 한국의 원자력 문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원자력 플랜트를 외국에 내다 팔 수 없을 것이다.

셋째는 원자력 선진국들과 협력하는 글로벌 경영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정확한 공사기간의 준수와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원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팽창 일로에 있는 세계 원전 시장을 크게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UAE에서의 원전 수주 성공이 한국 경제 번영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