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겨울철 노인 낙상, 해뜰녘·해질녘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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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낙상만큼 위험한 복병은 없다. 엉덩관절(고관절)이 부러진 뒤 1년 내 사망률은 14~36%에 이른다. 골다공증이 심해 뼈가 쉽게 붙지 않는 데다 누워 있는 동안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지병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겨울은 낙상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계절이다. 그런데 이런 낙상도 시간대별로 발생 빈도가 다르다는 통계가 나왔다.

관절척추 전문 바로병원이 60세 이상 노인 중 낙상으로 병원을 찾은 150명을 조사한 결과 ‘아침 동틀 때(29.3%)와 해 질 녘(22.4%)’에 가장 많이 넘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전 17.2%, 점심때 8.6%, 오후 7%, 밤 10.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원인은 시간대별로 관절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 이 병원 이철우 원장은 “수면 중엔 산소 소모량이 낮아져 혈액순환이 느리고, 그 결과 관절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안 돼 관절과 주변 근육이 뻣뻣해진다”고 말했다.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 질 녘도 마찬가지다. 바깥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관절주변 근육이 경직돼 순발력이 떨어진다.

낙상이 발생한 이유로는 ‘다리에 힘이 빠져서’가 32.7%, ‘미끄러져서’가 2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체의 근력저하 때문으로 풀이된다.

낙상 장소는 도로(37.9%)·계단(27.5%)·화장실(12%)·방(10.3%)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조합하면 결빙상태인 미끄러운 길을 아침 일찍 외출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결론이다.

겨울철 낙상을 예방하는 첫 번째 수칙은 관절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방한용 내복을 반드시 입고, 여기에 관절을 보호하는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관절보호대는 관절 바깥쪽에 패드가 붙어 있고, 관절을 압박하는 기능이 있어 부상의 위험을 줄인다.

평소 관절의 근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과 같은 운동으로 평소 하체근력을 강화한다.

신발 선택도 고려한다. 뒷굽이 낮고 폭이 넓으며,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된 밑창의 신발을 신는다.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노인은 지팡이와 보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지팡이는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고무패킹이 부착돼 있는 것이 좋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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