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열 나고 코피·멍 잦으면 백혈병 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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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전문의가 입원한 어린이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혹시 우리 아이의 몸속에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진 않을까. 매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아암 환자는 1100여 명 정도. 낮은 출산율을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소아암의 특징은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다. 발병해서 증상이 나타나 진단을 받기까지 3∼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아암도 치료가 빠를수록 치료 효과가 좋다. 조기 발견과 완치 후 재발을 줄이는 건강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관절 통증 지속되면 병원 찾아야

아쉽게도 현재까지 소아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조기 발견해서 신속하게 치료받는 것이 최선의 방책. 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선 아이의 작은 신체적 이상이라도 넘기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백혈병(혈액암)은 골수에서 병든 혈액세포(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가 무한정 만들어지는 병이다. 적혈구가 부족하니 아이의 얼굴이 창백하고, 빈혈이 생기며, 무기력해진다. 또 면역세포인 백혈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감기에 잘 걸리고, 열(구강 체온 38도 이상)에 시달린다.

혈소판 부족에 따른 증상도 나타난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암전문클리닉 유철주 팀장은 “코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거나 허벅지·종아리 등에 멍이 잘 든다”고 설명했다.

관절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적인 진찰이 필요하다. 이때 성장통과 구분해야 한다. 성장통은 마사지를 하거나 만져주면 시원해한다. 하지만 백혈병은 뼈에 생긴 통증이므로 아이가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배에 혹 만져지는지 종종 살펴봐야

암 덩어리인 고형암은 아이 몸을 만져보거나 이상 증세를 확인해 짐작한다.

배 속에 생기는 고형암은 3세 전후에 많이 관찰된다. 신장(콩팥)에 생기는 윌름스 종양과 콩팥 위의 부신에 주로 발생하는 신경모세포종이 있다. 신장과 부신은 모두 배 양쪽에 있어 배꼽을 중심으로 양쪽 갈비뼈 밑에 둥그렇고 딱딱한 덩어리가 잡힌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구홍회 교수는 “목욕을 시킬 때나 잠잘 때 종종 배를 만져보고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두통을 호소하고 구토 증상이 있다면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유 팀장은 “주로 아침에 두통을 호소하고 구역질·구토 증상이 있으면 뇌에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발에 마비 증상이 있거나 경기를 일으킬 때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10세 이상에선 뼈에 생기는 골육종(뼈암)이 많이 관찰된다. 어딘가에 부딪친 뒤 관절이 붓고 계속된 통증을 호소하면 골육종일 수 있다. 윌름스 종양은 신장암이다. 배가 점점 불러오고, 목욕을 시키다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진다.

어른보다 암 생존율 높아

암으로 진단받아도 절망은 금물이다. 암 치료 성적도 매우 좋아졌다.

국립암센터 소아암센터 박현진 전문의는 “아이들은 심장·폐·골수·간 등 장기의 기능이 좋아 고용량 항암 치료에도 잘 견디는 데다 자가 복구 능력도 성인보다 뛰어나 생존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암 치료 종결 후에도 재발하거나 새로운 암이 발생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또 후유증도 관리해야 한다.

국립암센터 박병규 소아암센터장은 “정기검진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재발이나 2차성 암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은 중요한 암 극복 수칙이다. 치료 도중에 운동이 부족하면 근력이 떨어지고, 심폐 기능이 저하되는 등 완치 후 재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감염성 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유 팀장은 “항암제·방사선 등 암 치료가 끝난 뒤 6개월 동안은 면역 기능이 약하다”며 “손씻기·가글링· 마스크 착용 등 위생에 신경을 쓰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라”고 권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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