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원생들 '사랑의 송편'빚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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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경기도 의정부시 사회복지시설인 선재동자원에서 23일 자원봉사자들이 원생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손학규 경기도지사 부인 이윤영씨,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지산스님.

23일 오후 사찰을 겸한 사회복지시설인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통일안국사 선재동자원 1층 식당.

이곳에 기거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40여명이 부지런히 쌀가루를 반죽하고 콩.깨고물을 넣어 송편을 빚었다. 자신들보다 더욱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사랑의 송편이다.

오갈 곳 없는 초.중.고생 67명이 생활하는 선재동자원은 '스님 아빠'로 불리는 주지 지산(53)스님이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꾸려가는 미인가 사회복지시설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뒤 저녁까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송편을 빚은 뒤 혼자 사는 노인과 홀어머니 및 홀아버지 가정, 장애인 가정, 노인정 등 1500여곳을 밤늦게까지 찾아다니며 전달했다.

선재동자원의 송편 빚기 사연이 알려지자 이날 오전부터 손학규 경기도지사 부인 이윤영(56)씨 등 공직자 부인들과 의정부시 여성의용소방대, 한전 부녀회 등 회원 300여명도 성금.성품을 들고 찾아와 송편 빚기 자원봉사를 했다.

지산 스님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영세민 가정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어 추석 명절을 맞아 원생들과 송편을 빚어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정을 나누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아름다운 사랑 나누기라는 행사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쌀 여덟 가마로는 부족하다'고 말해 내심 흐뭇했다"고 했다.

원생 곽모(15.회룡중 3년)군은 "추석을 힘들게 보내려던 가족들이 우리의 작은 정성이 담긴 송편을 받아들고 흐뭇해 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좋아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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