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대학생 김종규, 김주성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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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키 2m7cm로 차세대 최고 포워드로 기대를 모으는 김종규가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뒤 덩크슛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주성을 능가할 만한 대형 포워드가 나왔다. 경기도 판교 소재 낙생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종규(18)다. 2m7㎝, 90㎏의 김종규는 경희대 입학 예정자로 출전한 농구대잔치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앙대와의 경기에서 대학 최고 센터인 오세근(중앙대)과 맞서 18득점·12리바운드를 올렸다. 그가 4쿼터 5반칙 퇴장당하면서 경희대는 중앙대에 졌다. 그러나 김종규는 오세근(14득점·10리바운드)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종규는 23일엔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와의 경기에서 17득점·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호랑이로 유명한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경기에 지고도 김종규는 전혀 질책하지 않았다. 경희대가 배출할 최고의 선수로 보기 때문이다. 1m88㎝의 아버지 김영대(54)씨는 “우리 집안의 평균 키가 1m90㎝이며 종규는 아직도 크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어머니 조은자(47)씨는 1m73㎝, 여동생 김지현(16)의 키는 1m88㎝다.

요즘 고교·대학 농구에서 2m가 넘는 선수는 흔하다. 김종규의 장점은 센터의 몸을 가진 포워드라는 것이다. 1m90㎝의 포워드들처럼 뛰어다닌다. 실제로 포워드였다. 키가 부쩍부쩍 큰 덕에 골 밑에서도 큰 위력을 보이지만 3점슛과 돌파를 즐기는 전형적인 포워드다. 김주성이 골대 부근에서 활동량이 많은 파워포워드 형인데, 김종규는 외곽 플레이가 많아 스몰포워드에 가깝다.

두 선수의 장점은 스피드다. 육중한 빅맨들은 백코트하는 데 7~8초가 걸린다. 김주성은 그런 센터가 돌아오기도 전에 속공으로 느린 탱크들의 존재의 이유를 없애 버린다. 프로농구 모비스의 이동훈 홍보팀장은 “김주성의 대학 1학년 때보다 김종규가 나은 것 같다”면서 “몸이 호리호리하고 빨라 스몰포워드로 성장하면 한국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팀이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종규의 장점을 살려 포워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풋워크와 드리블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고 시절 가드를 포함한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거쳤다. 추일승 MBC-ESPN 해설위원은 “경기를 읽는 시야와 패스 능력도 좋다”고 말했다. 아시아 청소년 농구 캠프에서 김종규를 관찰한 SK의 이재호 홍보팀장은 “공격보다는 수비와 블록에서 강점을 가진 선수”라고 평했다. 역시 김주성과 비슷하다.

그는 연세대와 중앙대 등에서 스카우트 표적이 됐으나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경희대를 택했다. 문제는 힘과 체력이다. 김종규는 힘이 센 편이 아니고 체력도 선수 치고 강한 편은 아니다. 의지의 문제다. 김종규는 “잘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김주성을 목표로 농구했는데 내 키가 더 크기 때문에 더 뛰어난 선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생 김지현은 고교 1년으로 성남 수정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농구를 하다 그만뒀다.

글=성호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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