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사기 피해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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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온라인 사기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사기의 대부분은 개인을 상대로 하는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한다.

인터넷 업체들이 각종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각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고 미국의 소비자단체들은 경고한다.

◇ 실태〓인터넷의 대표적 할인 쇼핑몰인 바이닷컴에는 지난주까지 2백69달러에 컴퓨터를 판다는 광고가 버젓이 게재됐다.

그러나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고 구매를 했다간 큰 봉변을 당하게 된다. 컴퓨터 구매 조건으로 3년동안 의무적으로 매월 21.95달러를 내고 인터넷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실제 가격이 1천59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지난 한달동안 이같은 광고만 믿고 계약했다 봉변을 당한 미국 소비자가 수십명에 달했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30일 허위광고 등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인터넷쇼핑몰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FTC에 따르면 온라인 경매 등 인터넷거래 사기 건수는 1997년 1백7건에서 98년에는 2천3백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7천건으로 증가했다.

미국소비자연맹(NCL)의 인터넷사기 감시국은 지난해 인터넷 고객들이 각종 사기로 3백20만달러의 손해를 봤으며 이는 전년에 비해 38%가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기를 당한 고객 1인당 약 5백80달러의 피해를 봤다는 얘기다. 사기 행위가 가장 극성을 부린 분야는 경매다.

온라인 경매사기는 전체 인터넷 사기 건수의 87%를 차지했다. 쇼핑몰을 통한 일반상품 구매는 7%, 인터넷 접속서비스는 2%, 컴퓨터 장비 및 소프트웨어 구매는 1.3%였다.

온라인 경매사기란 거래가 이뤄진 후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구매한 상품을 제때 혹은 아예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말한다.

NCL의 홀리 핸더슨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액이 얼마 되지 않는 온라인 구매자들의 경우 신고를 안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자나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 이라고 말했다.

◇ 기업들의 대책은〓하루 평균 60만건의 경매가 이뤄지는 e베이는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매 상대의 신분을 최대한 공개하고 있으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철저하게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내 각별한 주의를 요청하고 있으며, 고객상담 전용전화의 설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야후 옥션도 손해보험의 가입을 검토중이며 지역별 서비스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각 지역의 서비스 회사와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역경매로 유명한 항공기 및 숙박시설 예매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은 고객이 제시하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을 경우 이를 노린 사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고객들이 거래가의 70%선 내에서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도록 주지시키고 있다.

케빈 퍼스글로브 e베이 대변인은 "현재 4만건 중 1건 정도의 비율로 사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 사기 건수가 느는 추세여서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중" 이라고 말했다.

◇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NCL은 최근 사기 방지를 위해 소비자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 를 들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사기를 당하더라도 대금 결제일 이전에 이의신청이 가능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온라인 고객들의 신용카드 결제율은 3%에 불과해 피해가 컸다고 NCL은 말했다.

거래 내역을 반드시 프린트해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기를 당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상품정보와 배달조건, 개인정보보호 규약 등은 반드시 보관토록 하라는 것.

NCL은 이밖에도 거래에 앞서 ▶판매자의 보험가입 여부▶세금과 배달비용 내역▶판매자의 신용등급 등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충고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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