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와 열린우리당의 멱살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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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시의 수도 이전 반대집회 지원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시와 열린우리당이 관련 집회에 서울시가 얼마나 간여했는지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침내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과 서울시 의원들이 시청사에서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태는 복잡해지고 있다. 여권은 당정회의를 열어 행자부.법무부 등이 서울시의 위법 여부를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서울시 의회는 이 같은 움직임을 '탄압'으로 규정하고 다음달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움직임이다.

꼴불견이다. 수도 이전 논의를 이런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국민여론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갈등을 부추기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 약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난입하듯 시청사를 찾은 여당 의원들도 잘못이고, 의원들이 오는 것을 알면서 시장이 맞이하지 않고 제지한 서울시와 의회 측도 마찬가지다. 몸싸움 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겠다고 오기 부리는 모습도 한심하다.

물론 서울시가 규정에 어긋난 방법으로 예산을 쓰고 집회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별도로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문제가 무슨 엄청난 일인 것처럼 달려드는 열린우리당의 자세도 옳지 않다.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에 대해 "궐기대회에 5억원을 지원하고 청중을 동원했다"고 공격하고, 서울시 측은 "정부는 올해만 수도 이전 찬성홍보 예산으로 6억4000만원을 썼다"고 비난하는 것을 보아도 열린우리당도 떳떳할 게 없다.

양측은 사태를 확대하지 말라. 정부와 여당은 수도 이전 문제가 폭발성이 있는 이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우선 노력하라. 갈등 해결의 가장 현명한 방법은 토론이다. 찬반 양측은 다양한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 예산 문제는 감독기관도 있으니 조용히 감사를 하면 될 일이다. 정부여당의 과잉 대응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