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멍게로 종이만든 사제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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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초등학교 교사와 제자들이 쓸모가 없어 버리는 멍게껍질(우렁쉥이)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주인공은 충남 태안군 태안초등학교 황인국(黃仁國.36)교사와 이 학교 6학년 변상우(13).전호정(13.여)학생. 이들이 이같은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은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평소에도 수업이 끝나면 학교 과학실에서 혼자 남아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던 이들 학생은 지난해 우연히 TV과학프로그램에서 멍게껍질에 섬유질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태안 해안에서 흔히 보던 멍게였기에 방송을 관심있게 본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인 黃교사에게 "멍게의 비밀을 풀어달라" 고 매달렸다.

대학교(공주교대)때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고있던 黃교사는 멍게껍질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보기로 하고 지난해 5월부터 학생들과 함께 실험에 나섰다.

黃교사와 학생들은 종이 제작과정을 보기 위해 종이공장 3군데를 견학했다. 방과 후에는 학교에 남아 밤늦도록 멍게와 씨름했다. 방학 때에도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13개월간 되풀이한 끝에 '신기술' 을 탄생시켰다.

멍게가 종이로 되는 데는 모두 13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멍게껍질을 물에 24시간 담가 염분을 제거한 뒤 알콜로 색소를 뺀다.

이후 멍게껍질(섬유질)을 믹서기로 자른 뒤 접착성이 강한 닥나무 성분과 섞은 후 이를 말리는 것이다.

이 종이는 한지에 비해 먹물을 써도 잘 번지지 않고 찢어지지도 않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黃교사는 이 기술을 충남교육과학교육원에서 28일부터 열린 과학전시회에 출품, 대상을 받았다.

金교사는 "학생들의 호기심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면서 "특허출원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전양은 "내손으로 종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할 뿐" 이라며 기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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