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조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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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도주하는 白 막아선 黑 '살기등등'

제6보 (108~135)〓세번의 국지전에서 모두 패배한 백은 걷잡을 수 없이 허약해진 몸을 끌고 정처없이 도주하고 있다. 그 앞을 이세돌3단의 흑▲가 살기등등하게 막아섰다.

정수를 논한다면 백△ 넉점은 버려야 옳지만 '가' 로부터 중앙 흑대마를 끊는 노림수가 사라진다. 노림이 사라지면 희망도 사라진다.

曺9단은 고통을 감수하고 살리기로 작정했고 실패하면 여기서 옥쇄할 작정을 했다. 이세돌은 108의 괴이한 행마에서 언뜻 살기를 느낀 듯 113으로 피해버린다. 예전같으면 일직선으로 덤벼갔을 李3단이 짐짓 한박자 늦추고 있다. 놀라운 변화다.

114.曺9단은 9분 동안 괴롭게 망설이다 또다시 강수를 던졌다. '나' 의 연결이 정수겠지만 혼전만이 희망이기에 어떻게든 싸움을 건다. 하지만 쓱 돌아선 115가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아픈 곳. 한점을 빵 하고 때려주면서 도주하는 백의 모습이 다급하다. 李3단은 그 뒤를 추격하며 121, 127 등 소나기 펀치를 퍼붓는다.

급한 와중에도 130에 손을 돌려야 했다. '참고도' 백1에 두면 이쪽은 안전하지만 중앙 흑이 큰 세력으로 변모한 지금은 2, 4로 끊기면 대책이 없다.

하지만 131쪽은 어떻게 되나. 백진은 이제 사방에 불이 붙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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