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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등 대형 뮤지컬 세편 잇따라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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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다음달 초 대형 뮤지컬 세 편이 거의 동시 개막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게다가 세 편 모두 규모.내용에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렌트' (7월 5~23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780-6400), '드라큘라' (7월 7~30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786-8886), '도솔가' (7월 7~22일.LG아트센터.2005-0114)는 저마다 브로드웨이.유럽.한국형 뮤지컬의 '대표' 를 자처해 관객으로선 오랜만에 뮤지컬의 다양한 색깔을 만끽할 기회다.

일단 세 작품은 음악에 많은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연기.춤.노래가 질펀하게 어우러지는 뮤지컬에서 어느 하나 가볍게 넘어갈 순 없지만 이번 작품들은 그중에서도 음악의 비중을 강조했다.

국내 초연되는 '렌트' 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 가스펠.리듬 앤드 블루스.탱고.발라드.록 등 1990년대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 '음악의 보고서' 로도 불린다.

96년 미국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5년째 객석 점유율 1백%를 기록하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의 뒷거리. 음악가.영화제작자.드러머.댄서.행위예술가 등 젊은이의 사랑.우정.갈등이 펼쳐진다.

그들은 마약.동성애.에이즈 등에 시달리지만 고달픈 오늘을 사랑으로 버텨나간다.

98년 예술의전당에서 첫선을 보여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드라큘라' 의 가장 큰 매력 역시 음악이다.

클래식과 팝, 전통 체코음악을 적절히 배합한 웅장한 합창과 서정적 아리아 50여곡이 웅장하면서도 감미롭게 흐른다.

'드라큘라' 는 95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됐다. 지금까지 2백여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된다.

드라큘라 하면 우리는 흡혈귀의 섬뜩한 모습을 연상하기 쉽지만 작품 자체는 불멸의 사랑이란 고전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열정이 15세기 중엽 수도원과 90년대 런던 카지노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전통의 해체.복원을 화두로 삼는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씨의 신작 '도솔가' 는 한국형 뮤지컬의 창조를 목표한다.

신라의 혼돈기에 향가 '도솔가' 를 지어 난세를 구원한 고승 월명과 서구사회에서 인간중심의 철학을 선구적으로 외쳤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니체를 결합해 이른바 정보화 사회라는 현대를 헤쳐가는 지혜를 모색한다.

동.서양의 충돌과 공존이란 주제에 걸맞게 음악도 파격적이다. 옛 조상들이 심신을 단련할 때 들었던 영가, 불교음악 범패, 서민들이 즐겼던 민요 등 전통가락에 록.발라드.테크노.랩.힙합.솔 등 대중음악을 교묘하게 접목했다.

이들 작품에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총출동해 그들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렌트' 에선 간판스타 남경주.최정원.전수경 등이, '드라큘라' 에선 록가수 신성우.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이소정, 뮤지컬 기대주 조승룡 등이, '도솔가' 에선 올 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화, 서울예술단 수석배우 박철호 등이 자존심을 걸고 출연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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