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노향림 '시간에 관한 명상2'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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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간은 부재중' 팻말 하나

걸어두겠어요

손잡이를 암만 비틀어도

비트는 손만 아플 뿐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시간이란

강도가 높아 일백 캐럿짜리

금강석 보다 더 견고합니다

아, 이제 그 시간은

허름한 헛간에 쌓여서

삭습니다

무심히 흘러 들어온

바람도 삭습니다.

- 노향림(58)

'시간에 관한 명상2' 중

시간의 다이아몬드? 그런 가락지 하나쯤 끼고 있으면 삶은 저절로 부유해지고 고통이 없어질까. 노향림은 우리가 만나기를 지긋지긋해 하는 시간을 '부재중' 팻말 걸어놓고 단절시켜 주는 지혜를 시로 보여준다.

그렇게 단단했으면, 닳지 않고 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그 시간은 어느새 헛간에서 먼지로 삭아내리고 있다.

여자의 나이가 시간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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