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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NOW] 대학가에도 '치맛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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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아이 학점이 떨어진 이유가 뭐죠. 이 성적으로 장학금은 탈 수 있나요."

최근 각 대학 교무과 등에 심심찮게 걸려 오는 학부모들의 전화 내용이다. 서울 S대 교무과 직원 김모(37)씨는 하루에도 10여 통씩 이 같은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김씨는 "내 아들의 성적이 왜 떨어졌느냐며 막무가내로 담당교수를 찾아가 따지겠다는 학부모도 있다"고 전했다.

초.중.고교를 넘어 대학가에도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함께 참석하고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등 자녀의 대학 생활을 일일이 관리하는'매니저형'엄마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초 학부모가 자녀가 수강할 과목을 직접 골라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것은 요즘 대학가에선 낯선 모습이 아니다. 실제로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각 대학 교무과 등에는 해당 과목을 개설한 교수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S대 공대의 한 교수는 "수강신청 기간에 일부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와 수업 계획이나 성적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물어본다"고 말했다. 특히 교환학생 선발 등 자녀의 대학시절 경력관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에 엄마들의 극성은 더욱 심해진다.

자녀가 신입생일 때부터 선발 조건을 챙겨 학점.토플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물어 오는 경우가 많다. 교환학생에 선발된 뒤에도 "기숙사는 쓸 만하냐" "현지 환경이 위험하지 않으냐"는 등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자녀가 선발되지 않을 경우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로 찾아와 항의하기도 한다.

최근서울 K대 국제교류실을 찾은 한 학부모는 "내 아들은 방학 때 외국에서 공부도 했는데 잠깐 실수로 학점이 낮게 나왔다고 탈락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 홍보 모델 선발 때도 치맛바람이 거세기는 마찬가지다. 서류전형에 필요한 사진부터 메이크업.머리손질까지 모두 엄마들의 몫이다. 홍보 도우미 선발을 담당하고 있는 S여대 관계자는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도우미 선발을 돕기 위해 대회 현장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각 대학 고시반이나 취업정보센터 등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고시반에 들어가려면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하느냐" "고시에 합격했거나 취업한 선배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등의 전화를 걸어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녀의 생활에 간여하는 교육 풍토와 취업난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정덕희 교수는 "대학은 인격적 주체들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라며 "부모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미숙한 성인들이 양산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강현.김호정 기자

"우리 아이 학점이 떨어진 이유가 뭐죠. 이 성적으로 장학금은 탈 수 있나요."

최근 각 대학 교무과 등에 심심찮게 걸려 오는 학부모들의 전화 내용이다. 서울 S대 교무과 직원 김모(37)씨는 하루에도 10여 통씩 이 같은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김씨는 "내 아들의 성적이 왜 떨어졌느냐며 막무가내로 담당교수를 찾아가 따지겠다는 학부모도 있다"고 전했다.

초.중.고교를 넘어 대학가에도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함께 참석하고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등 자녀의 대학 생활을 일일이 관리하는'매니저형'엄마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초 학부모가 자녀가 수강할 과목을 직접 골라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것은 요즘 대학가에선 낯선 모습이 아니다. 실제로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각 대학 교무과 등에는 해당 과목을 개설한 교수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S대 공대의 한 교수는 "수강신청 기간에 일부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와 수업 계획이나 성적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물어본다"고 말했다. 특히 교환학생 선발 등 자녀의 대학시절 경력관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에 엄마들의 극성은 더욱 심해진다.

자녀가 신입생일 때부터 선발 조건을 챙겨 학점.토플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물어 오는 경우가 많다. 교환학생에 선발된 뒤에도 "기숙사는 쓸 만하냐" "현지 환경이 위험하지 않으냐"는 등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자녀가 선발되지 않을 경우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로 찾아와 항의하기도 한다.

최근서울 K대 국제교류실을 찾은 한 학부모는 "내 아들은 방학 때 외국에서 공부도 했는데 잠깐 실수로 학점이 낮게 나왔다고 탈락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 홍보 모델 선발 때도 치맛바람이 거세기는 마찬가지다. 서류전형에 필요한 사진부터 메이크업.머리손질까지 모두 엄마들의 몫이다. 홍보 도우미 선발을 담당하고 있는 S여대 관계자는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도우미 선발을 돕기 위해 대회 현장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각 대학 고시반이나 취업정보센터 등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고시반에 들어가려면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하느냐" "고시에 합격했거나 취업한 선배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등의 전화를 걸어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녀의 생활에 간여하는 교육 풍토와 취업난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정덕희 교수는 "대학은 인격적 주체들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라며 "부모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미숙한 성인들이 양산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강현.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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