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업분석] 터보테크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7면

張대표가 주도해 공학박사 5명이 맨손으로 창업한 벤처. 일본의 파낙 등 외국기업이 휩쓸던 국내 CNC공작기계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자본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색적인 벤처다.

터보테크는 1995년 CNC컨트롤러의 국산화한 이후 97년에는 PC와 접목시킨 제품으로 성장가도를 걸었다. 아직 산업용 CNC시장의 점유율은 5% 정도지만 공고.공과대학.훈련원 등에서 쓰이는 교육용 CNC시장은 70%를 장악하고 있다.

동종의 외국 제품에 비해 값이 70~80%여서 가격경쟁력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6백억원을 투자해 CNC의 인접분야인 정밀 공작기계용 모터와 센서 등을 개발하는 'CNC국산화 프로젝트' 의 주간사업체로 선정됐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 기업답게 전체 직원 2백50명 가운데 62명이 석박사급의 연구개발 인력. 충북 청원과 충남 아산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으며 CNC에 들어가는 각종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해, 제조업과 소프트웨어의 경계선에 위치한 기업이다.

일찍 창업한 탓에 터보테크는 숱한 곡절을 겪었다. 90년대 중반 설비투자 붐을 타고 아산(94년).청원공장(96년)을 준공했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연구소를 지방공장으로 이전하는 등 경영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터보테크는 이에 따라 코스닥 폭등과 경기회복으로 숨통이 트이자 재무분야를 크게 강화했다. 張대표는 "현금을 충분히 확보했으며 매출액 대비 부채비율은 31.7%에 불과하다" 고 밝혔다. 지분의 48.3%를 1%미만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할 만큼 지분분산도 잘 돼 있다.

1세대 벤처지만 터보테크는 본사 사옥 없이 분당의 두인전자 빌딩에 세들어 있다. 현재 분당의 9백평 대지에 짓고 있는 사옥이 완공되면 1백여개의 벤처를 입주시킬 계획. 최근에는 건설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테크노빌리지' 라는 아파트 초고속 인터넷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張대표는 터보테크의 경영목표를 "미 투(Me too)가 아니라 미 퍼스트(Me first)" 라고 말했다.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에 한발 앞서 진입해 독창적인 기술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이철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