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쇼크 그 이후] 4·끝 봇물 교류 '과속'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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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진보.통일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보수세력의 위세에 눌려왔던 진보.통일 진영이 평화.화해.교류로 압축되는 남북 정상회담 성과에 힘입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보가 남북한 교류 협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면서도 과열되면 소모적인 대립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 대학가〓민족해방(NL)계열 학생운동조직인 한총련은 북한 바로알기와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을 적극 전개할 태세다.

특히 한총련은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불법단체로 규정된 만큼 최근의 분위기를 활용, 합법화 투쟁을 병행해 대외적인 이미지도 개선할 방침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8월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화여대.숭실대 등도 북한측과 다양한 교류협력을 모색 중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측은 발해.고구려 유적을 답사하고 김일성대학 등을 방문, 공동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 답사가 성사되면 분단 후 대학생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셈이다.

◇ 시민단체〓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1차 서명운동은 23일까지 계속되며 다른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올 8월까지 국보법 폐지 1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조만간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대화 창구를 마련, 올해 7.4 남북 공동성명과 광복절 기념행사 등을 공동 개최할 계획이다.

서울YMCA는 화해와 동포애를 주제로 한 청소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는 한편 북한 기독교계와 손잡고 과거 활발했던 북한 YMCA 조직을 재건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 종교계〓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유교.민족종교 등 7개 종단은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와 함께 오는 25일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서울 대학로 특설무대에서 '온겨레 평화대행진' 행사를 공동 주최한다.

불교 조계종은 지난 8일 종단 내에 통일전담 기구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이미 돌입했다.

6월을 '민족 화해와 일치의 달' 로 정한 천주교는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 광장에서 6천여명의 신자.실향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의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갖는다.

◇ 전문가 진단〓백학순(白鶴淳)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한은 북한에 비해 월등한 국력을 가진 만큼 대북관계에서 보다 자신감있는 자세를 가져도 좋을 것" 이라며 "다만 정부가 대북 화해.협력을 큰 방향으로 잡은 만큼 민간 부문은 성숙한 자세를 견지하며 자기 조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 말했다.

오승렬(吳承烈)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봇물처럼 터질 대북 접촉과 방북에 따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부 교류협력과 등 정부 지원기구의 확충이 긴요하다" 고 밝혔다.

최재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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