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떨어내자” 분양가 최고 1억 깎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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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요즘 분양가를 할인해 주는 미분양 단지가 크게 늘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2월 양도소득세 감면·면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한 채라도 더 팔기 위해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도금 무이자 융자, 이자후불제 등 소극적으로 조건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값을 직접 깎아주는 마지막 처방전을 내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중견건설업체 임원은 “분양가 할인이 미분양 판매에 효과가 큰 만큼 회사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익만 남기고 분양가를 할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 원당뉴타운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일부 가구에 대해 잔금을 미리 내면 분양가를 1억원까지 깎아준다. 분양가가 7억8000만원 정도(기준층 기준)인 전용 141㎡는 6억8000만원에 살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서울 강서구에 분양 중인 강서그랜드아이파크의 분양가를 당초보다 10% 정도 내렸다. 8억9000만원에 팔던 전용 144㎡는 8억원 선이면 살 수 있다. 한국토지신탁도 서울 성북구 코아루 일부 주택형에 한해 분양가를 1000만원씩 할인해 준다.

아파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임대보장제나 분양가 선보장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내리기도 한다. 희성건설은 수원 인계동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에 임대보장제(보증금 2000만원에 월 110만원씩을 2년간 보장)를 도입했다. 이 아파트 분양팀 임수명 팀장은 “월세 2640만원과 보증금에 대한 대출 이자 등을 합쳐 3000여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은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의 K PARK 아파트에 분양가 선보장제를 적용하고 있다. 잔금 중 일부(3500만원)를 입주 2년 뒤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보다 오르면 내고, 낮으면 안 내도 된다. 입주 때 프리미엄(웃돈)이 붙지 않으면 건설업체가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웃돈을 보장해주는 프리미엄보장제도 인기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이사는 “계약자 입장에서는 입주 때 2000만~30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를 내리면 미분양도 잘 팔린다. 강서아이파크의 경우 분양가 할인을 시작하자 전체 가구 수의 30% 정도가 팔려 나갔다. 이 아파트 시행사인 정도진흥기업 허웅강 소장은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의 간접적인 혜택보다는 값을 인하하는 게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분양 단지들이 분양가 할인에 적극 나서면서 신규 분양 단지들까지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흥건설은 앞으로 대략 7년 뒤 분양 전환되는 한강신도시 10년 임대 아파트의 확정 분양 전환가격을 현재 주변 분양가보다 100만원 정도 싼 3.3㎡당 평균 850만원에 내놓았다.

이 회사 고재희 분양소장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대한 가격을 낮춰 확정 분양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분양가를 깎아주고 계약·금융조건도 좋기 때문에 잘 고르면 미분양 단지도 옥석이 될 수 있다”며 “계약 전에 미분양의 원인이 무엇이고, 나중에 잘 팔릴 수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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