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 원당뉴타운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일부 가구에 대해 잔금을 미리 내면 분양가를 1억원까지 깎아준다. 분양가가 7억8000만원 정도(기준층 기준)인 전용 141㎡는 6억8000만원에 살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서울 강서구에 분양 중인 강서그랜드아이파크의 분양가를 당초보다 10% 정도 내렸다. 8억9000만원에 팔던 전용 144㎡는 8억원 선이면 살 수 있다. 한국토지신탁도 서울 성북구 코아루 일부 주택형에 한해 분양가를 1000만원씩 할인해 준다.
아파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임대보장제나 분양가 선보장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내리기도 한다. 희성건설은 수원 인계동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에 임대보장제(보증금 2000만원에 월 110만원씩을 2년간 보장)를 도입했다. 이 아파트 분양팀 임수명 팀장은 “월세 2640만원과 보증금에 대한 대출 이자 등을 합쳐 3000여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은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의 K PARK 아파트에 분양가 선보장제를 적용하고 있다. 잔금 중 일부(3500만원)를 입주 2년 뒤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보다 오르면 내고, 낮으면 안 내도 된다. 입주 때 프리미엄(웃돈)이 붙지 않으면 건설업체가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웃돈을 보장해주는 프리미엄보장제도 인기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이사는 “계약자 입장에서는 입주 때 2000만~30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를 내리면 미분양도 잘 팔린다. 강서아이파크의 경우 분양가 할인을 시작하자 전체 가구 수의 30% 정도가 팔려 나갔다. 이 아파트 시행사인 정도진흥기업 허웅강 소장은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의 간접적인 혜택보다는 값을 인하하는 게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분양 단지들이 분양가 할인에 적극 나서면서 신규 분양 단지들까지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흥건설은 앞으로 대략 7년 뒤 분양 전환되는 한강신도시 10년 임대 아파트의 확정 분양 전환가격을 현재 주변 분양가보다 100만원 정도 싼 3.3㎡당 평균 850만원에 내놓았다.
이 회사 고재희 분양소장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대한 가격을 낮춰 확정 분양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분양가를 깎아주고 계약·금융조건도 좋기 때문에 잘 고르면 미분양 단지도 옥석이 될 수 있다”며 “계약 전에 미분양의 원인이 무엇이고, 나중에 잘 팔릴 수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