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새천년 문단 새별의 산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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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앙일보는 새 밀레니엄을 맞아 문단의 등용문으로 '중앙신인문학상' 을 신설한다.

이로써 35회째 계속해온 '신춘문예' 는 막을 내린다. 중앙일보가 전통적인 신인 등용문인 '신춘문예' 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은 제도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신춘문예는 1928년 일제식민 통치하에서 처음 도입돼 72년간 계속돼왔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신춘문예는 과거의 형식 그대로 반복돼왔다.

신춘문예의 원조인 일본 신문에서도 거의 없어진 제도가 우리 나라에서는 타성으로 계속돼온 셈이다.

문학등용문 제도와 관련해 지난 72년간 가장 큰 변화는 신춘문예를 대신할 등용문이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제시대에는 신춘문예가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었으나 이제는 많은 문예지들이 자체적으로 신인을 발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별다른 데뷔절차 없이 책을 출간함으로써 문단에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특히 최근의 큰 변화는 사이버 공간의 등장이다. 각종 문학관련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전자신문.인터넷 방송 등 많은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작가들이 문학에 입문할 수 있게 됐다.

제도의 획기적 개선 없이는 해결되기 힘든 신춘문예 자체의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의 언론이 같은 시점에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등단을 꿈꾸는 전국의 문학지망생들이 몇 군데 언론사에 중복투고하고, 심지어 중복당선되는 기현상이 생겼다.

신인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기보다 신춘문예를 겨냥해 기성작가의 도움을 받아 규격화된 작품을 만들어내는 부정적 풍토가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런 도식화된 작품을 가려내야할 심사가 연말연시에 급하게 이뤄져 엄격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중앙일보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변화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춘문예를 폐지하는 대신 '중앙신인문학상' 을 제정하기로 했다.

언론사로서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를 더욱 높이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른 등용문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신인문학상은 시기를 앞당기고, 상금을 대폭 인상하는 한편 응모부문을 시.소설.평론으로 압축했다.

시조의 경우 이미 중앙 시조백일장과 연말의 시조대상이라는 제도가 있어 중복된다는 의미에서 없앴다.

희곡의 경우 응모자가 적을 뿐 아니라 응모자들 중 대다수가 소설을 공부하면서 당선의 편의를 위해 희곡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경쟁을 위해 희곡 부문을 없애고 소설의 상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는 지난 65년 창간과 동시에 시작해 첫 해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세희씨와 평론가 김치수씨등 문단의 기둥들을 탄생시켰다.

해를 거듭하며 더욱 많은 응모자들이 모여들어 한국문단의 주역들을 줄곧 배출해왔다.

소설가로 오정희.박범신.송기원.이윤기.고 최명희.고원정.구효서, 시인으로 이시영.김명인.황지우.곽재구.나희덕씨 등이 중앙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들이다.

이밖에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는 국내 언론사중 가장 많은 응모자들이 몰려 지난해의 경우 단편소설 7백51편, 시 8천2백여편을 기록했다.

중앙일보의 이런 결정에 대해 시인 김정환씨는 "신춘문예가 너무 타성에 젖어 진부한 감이 있었다" 며 "시기나 상금, 엄격한 심사방식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된다" 고 평가했다.

평론가 하응백씨도 "시.소설.평론으로 압축하고 공정한 심사만 한다면 기존의 신춘문예보다 문학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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