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세대] "남북 사랑으로 뭉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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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좌담회를 이끄는 내내 느낀 것은 인터넷과 DDR로 상징되는 n세대에게 북한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존재였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냉전적 대결의식도, 통일에 대한 절절한 열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들의 의식은 깃털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자유로웠다. 기성세대에게서 자주 감지되는 비장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분단' '통일' 이라는 단어는 이방(異邦)의 생경한 언어로 놓여 있었다.

"제 주변에 통일을 원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라고 말하는 이들의 표정은 태연하다. 서운함마저 들지만 한편으론 기성세대의 원죄(原罪)를 의식하게 된다.

분단극복은 말뿐이고 철저하게 개인적인 삶에 묻힌 부모로부터 어떤 시대적 과제를 상속받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n세대는 '무표정의 중립지대(Nutral Zone)' 로 남지만은 않을 것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건조한 시대를 횡단하면서도 기성세대를 능가하는 균형과 건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서 확연해진다. 이들은 새로운 상황의 전개를 편견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남과 북이 권력이나 힘이 아닌 사랑으로 뭉쳐야 한다" 는 나름의 육성(肉聲)을 토해낼 줄도 안다. 'n세대의 힘' 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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