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앵커에도 '관심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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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TV뉴스가 남한 브라운관에 수시로 등장하면서 북한 앵커들에 대해 시청자의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관련 뉴스에 번갈아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뚜렷이 각인된 두 남녀는 그동안에도 남북관련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 높은 톤으로 보도하는 모습을 우리 시청자들에게도 곧잘 선보였던 인물들.

전형규 조선중앙방송위원회 텔레비전 총국 처장(남자)과 이춘희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방송원(여자)으로 알려진 이들은 매일 오후 5시와 8시 두 차례 조선중앙TV의 '보도' 프로그램(북한은 뉴스라 하지않고 '보도' 라 한다)을 통해 10여분간 뉴스를 전한다.

북한에서는 이같은 아나운서들을 '방송원' 이라고 부르는 데 역대 3명뿐이었던 최고위급 '인민방송원' 의 경우 장관급 대우를 받는 등 아나운서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좋은 편이다.

조선중앙TV는 북한의 기간방송인만큼 이들의 비중은 우리 9시 종합뉴스 앵커 못지 않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늘 한복차림으로 나와 진행하는 이춘희(54) 방송원. 1974년부터 26년째 보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남한 아나운서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이같은 장기간 진행기록은 정년 개념이 없는 북한 사회 관행 때문.

일반적인 북한 아나운서들이 평양연극영화대학 출신인 반면 이춘희 방송원은 인민군 선전대에서 만담을 하던 화술배우 출신이다. 인민군 협주단에서 연극배우를 거쳐 방송에 발탁됐다.

김상준 KBS아나운서실장은 이들의 뉴스 보도가 남한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들리는 데 대해 "남한 방송언어가 시청자와 대화형으로 바뀐 반면, 북한은 50, 60년대부터 쓰던 낭독형 방송언어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방송을 선전.선동의 도구로 쓰면서 '감동의 전달' 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심장을 찌르듯 쇳소리가 나는 발음이 방송 언어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김실장은 "오독이 거의 없고, 발음이 매우 명료한 점은 우리 아나운서들도 배울만한 점" 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전문가들은 중국 옌볜 조선족 아나운서들의 방송언어가 남한과 교류하면서 점차 변화한 것처럼, 앞으로 남북한 교류 폭의 확대에 따라 북한의 방송언어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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