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20년 자료 모아 ‘한국형 질병 지도’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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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고혈압·골다공증·대사증후군 등 국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만성질환의 한국형 특징을 밝혀내는 대규모 연구가 진행된다.

수십만 명의 과거 질병력, 인구학적 특성, 생활습관, 식사·영양습관 등을 다각적으로 비교·분석해 한국형 질병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원장 한원곤)은 세계 임상연구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과 대규모 코호트(cohort)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코호트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거나 비슷한 생활환경을 가진 집단을 말한다. 코호트 연구는 이들 집단을 대규모로 장기간 관찰해 만성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질병을 예측·예방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연구결과는 또 생활습관과 질병의 상관관계, 질병의 새로운 변화 등을 알려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건강식으로 알려진 된장찌개가 만성질환에 얼마나 이로운지 관찰하며, 이를 통해 활동량이 급격히 준 현대인의 새로운 질병 유형과 원인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양 기관은 이번 협력을 통해 향후 20년간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30만 명의 건강기록, 생활습관 등을 추적·관찰한다. 통계 자료는 한국인 뿐 아니라 아시아인의 질병 지도를 그리는 데도 활용된다.

강북삼성병원에는 매년 9만 명 이상의 30~50대 직장인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내년부터 건강검진자 중 코호트 연구 참여에 동의한 사람 30만 명을 모집하고, 이들을 추적 관찰해 질병발생 모델을 찾을 예정이다.

연구팀은 피험자의 혈액·소변 등을 영하 160도의 초저온 냉동상태로 보관하는 ‘바이오뱅크’도 운영한다. 바이오뱅크는 만성질환 연구뿐 아니라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

강북삼성병원 한원곤 원장은 “20년간 진행될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만성질환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암 등 악성질환의 발생 과정을 밝히고, 치료제까지 개발하는 여건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의 권리는 강북삼성병원에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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