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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연구가 박병식씨 '야마토…' 펴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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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한국어와 일본어가 처음 어떻게 생겨났고, 일본어가 어느 단계에서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를 한국.일본 양국이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1980년대 초 '일본어의 비극' 을 발표해 한반도에서 건너간 언어가 고대일본어의 뿌리가 됐다는 학설을 제기한 재미 어원연구가 박병식씨(70)가 두 나라 말의 어원해석과 소리변화법칙을 토대로 '야마토언어의 어원연구' (바나리출판사)를 펴냈다.

그의 한.일 언어연구의 완결편이 될 이 책은 국내 출판사에서 제작돼 일본으로 수출되는 첫 일본어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고대 일본어의 뿌리가 한국어라는 학설을 제기해왔으나 일본측은 그때마다 같은 시대의 문헌을 비교해야 두 언어의 동질성을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두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자의 소리변화를 연구하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요. " 박씨는 한자사전에 나오는 5만개 단어의 음운변화를 찾아내 '소리변화법칙' 을 정리했다.

니혼쇼키(日本書記)와 만요슈(万葉集).고지기(古事記).일본 각 지방의 방언사전을 찾아본 결과 자신이 정리한 소리변화법칙과 똑같은 음운변화를 발견했다.

자신을 얻은 그는 우리 나라 고어사전에서도 일본 만엽집.고지기와 똑같은 소리변화가 일어났음을 확인했다.

"오늘날 세계 언어학회는 ▶신체부위 ▶숫자 ▶의문사 ▶의성.의태어가 같은 언어를 한 민족의 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모든 항목에서 일본어와 한국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죠. "

우리말의 '어찌' 에 해당하는 7~8세기 일본의 단어를 만엽집에서 찾아보면 요즘 일본어인 '나제(なぜ)' 가 아닌 '아제(あぜ)' 로 돼 있다.

또 '우두머리' 는 '오쓰무리(おつむり)' 로, '졸졸 따라다니다' 의 '졸졸' 은 '조로조로(ぞろぞろ)' , '줄줄 끌려온다' 는 '주루주루(ずるずる)' 다.

그가 책 제목으로 '태양민족의 진정한 터(나라)' 란 의미를 지닌 '야마토' 를 사용한 것도 우리 민족이 옛 고령(경북 고령군)을 야마국으로 불렀던 것을 상기하기 위한 것.

"고대의 어느 시점에 두 나라가 같은 언어를 사용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 그의 결론이다.

원고집필을 마친 지난 4월 자신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 '신.조선어로 만요슈를 해독할 수 없다' 의 저자 야스모토 비덴에게 공개토론을 신청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민족의 우월성을 가리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 대중문화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본문화의 본질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합니다. 우리 언어와 문화가 그 안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박씨는 아시아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어원연구가 이뤄진 서양언어에도 눈을 돌려 세계 언어의 뿌리가 하나라는 내용의 '언어의 탄생(The Birth of Languages)' 을 내년 여름쯤 미국에서 출판할 계획이다.

함경북도 경성출신으로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박씨는 70년대 중동에서 건설사업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야마토문제연구소를 설립, 한.일어원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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