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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십이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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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호 01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열사흘 동안 열린 코펜하겐 회의(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19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담은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을 채택했다. 각국의 이견으로 한때 협상 결렬 위기에 몰렸던 이번 회의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날 중국·인도·브라질·남아공 정상과 합의한 내용을 기초로 협정을 ‘승인’ 대신 ‘유의(take note)’ 형식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힘 빠지고 중국은 G2 역할 거절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방안과 관련해선 2010년부터 3년간 총 30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되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유엔 주도 아래 내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실가스 감축안을 마련키로 했다. 1997년 체결된 ‘교토 의정서’는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평균 5.2%(90년 대비) 감축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본질적인 시작”, 오바마 대통령은 “유례 없는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수단·투발루 등 일부 개도국은 ‘전 세계적인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않고 구속력도 없는 최악의 협상’이라며 비난했다. 지구촌 환경단체들도 “미래 세대의 더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회의는 지구촌 리더십 부재를 확인한 자리였다고 혹평한다. 미국의 힘이 빠지고 3대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G2 역할을 거절하면서 협상 추진력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에 발목이 잡혀 정책 반경이 제한된 데다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들의 소극적인 지원 방안도 문제다. 경제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총 2조4700억 달러(코트라 집계)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도국 지원에는 인색한 편이다.

중국은 지난달 하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21%를 내뿜는 최대 배출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모니터링 요구를 거부하다 막판에 ‘각국 주권을 존중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수용했다. 중국은 개도국 모임인 ‘77그룹’과 보조를 맞춰 ‘모두의 책임,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5가지 목표를 갖고 있었다. 신화통신은 17일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의 말을 인용해 “협정문 도출, 배출량 감축 목표, 측정·보고·평가(MRV) 방식, 장기 목표, 자금 문제가 주된 의제”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 뒤 각국 지도자들이 국가 목표보다 세계 목표를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발전과 국내정치를 의식하다 보면 지구환경과 미래 세대에 대한 우선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각국 언론들은 “마지막 순간에 협정이 서명됐지만 목적은 체면 살리기에 맞춰져 있었다”(이탈리아 라 스탐파)고 비판했다.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은 ‘중국, 초강대국 지위를 확인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코펜하겐 협정의 주요 내용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억제. 2015년에 이행 상황을 중간평가해 억제치를 1.5도로 재조정하는 문제 검토.
●국가별 목표 : 2010년 1월 말까지 선진국은 202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수치로 제시, 개도국은 감축 계획 보고서를 제출.
●개도국 지원 :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공공·민간·양자·다자 지원을 통해 매년 100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00억 달러를 긴급 지원.
●온실가스 감축 목표 : 미국의 ‘검토 중’부터 EU의 ‘법적 채택’에 이르는 각국의 상황을 있는 대로 적시.
●검증 : 개도국은 각국의 감축 노력을 모니터링하고 2년마다 유엔에 보고서로 제출. 국제적 점검을 하되 중국의 주장을 반영해 국가 주권 존중을 보장.
●삼림 보호 : 삼림 황폐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 문제를 감안해 개도국의 노력 지원.
●탄소시장 활용 : 시장 활용 등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 억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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