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도그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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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술을 마셔 하느님의 뜻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지상으로 유배된 두 천사 로키(매트 데이먼)와 바틀비(벤 에플렉).

수천년째 괴롭고 따분한 나날을 보내며 20세기말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날아든다.

대대적인 헌당식을 앞둔 뉴저지의 한 성당 아치를 인간이 되어 통과하면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 곧 천상에 오를 기대에 찬 두 천사는 그간 모질게 대했던 인간들을 무자비한 살인으로 응징하며 뉴저지로 향한다.

이 작품은 '점원들' '체이싱 아미' 등에서 보여준 케빈 스미스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한 영화.

케빈은 연출과 각본은 물론 꽤 비중 있는 예언자역까지 맡아 위험수위를 겁 없이 넘나들며 관객을 웃긴다.

'도그마' 는 감독이 종교를 소재로 한 '팬터지 액션 코믹물' 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미국에서도 종교계의 반발로 배급사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 문제작. 거창한 소재 때문에 과격한 폭력장면이나 환상적인 특수효과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천사들은 모자 달린 티와 청바지 차림이고 살인 장면은 대부분 암시로 묘사했다.

절정은 하느님이 모습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 어눌한 표정의 록가수 앨라니스 모리셋이 하느님으로 등장, 그렇지 않아도 허탈하기 그지없는 타락천사의 말로를 더 싱겁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시종 엉뚱한 웃음만이 난무하는 건 아니다. '굿 윌 헌팅' 으로 함께 스타덤에 오른 청춘 스타 벤 에플렉과 매트 데이먼은 강렬하지만 절제된 연기로 영화에 진지한 재미를 더한다.

'세븐' '양들의 침묵' 등 음침한 영화에 특히 강한 하워드 쇼의 음악도 훌륭하다. 17일 개봉.

김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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