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영국 왕실의 비밀 파헤치는 셜록 홈즈의 제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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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셜록 홈스와 베이커 가의 아이들
트레이시 맥, 마이클 시트린 지음
정회성 옮김, 비룡소
302쪽, 8500원

지은이의 서문은 다소 도발적이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까지 한 번도 세계 최고의 사립 탐정인 셜록 홈스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면 여러분은 틀림없이 숲 속에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거나 평생을 커다란 바위 아래서 지냈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추리 동화인 이 책은 셜록 홈스를 모르는 사람을 ‘원시인’으로 여기는 홈스의 열혈 팬인 저자들이 그에게 바치는 세레나데와도 같다.

책의 주인공은 ‘베이커 가 특공대’. 존 왓슨 박사와 허드슨 부인, 레스트레이드 경감 등 코난 도일의 홈스 시리즈 등장 인물에 익숙한 독자라도 베이커 가 특공대에는 고개를 갸웃할 터다. 하지만 ‘위긴스’라는 이름을 듣고 기억 저편에 희미하게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어 보면 홈스의 수사를 돕던 소년들이 생각날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홈스 시리즈의 ‘숨어있는 1인치’였던 소년 특공대의 이야기다.

특공대의 대장인 위긴스는 베이커 가 뒷골목의 마차 공장을 아지트 삼아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며 소년 탐정대를 꾸려간다. 어머니가 죽은 뒤 대서소에서 힘들게 일하며 지내던 오스굿이 여기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소년 탐정들은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보며, 누구의 이야기든 엿듣는다. 그런 면에서 런던 경찰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홈스의 말처럼, 소년 탐정들은 증거를 수집하고 탐문 수사를 벌이는 등 홈스의 눈과 귀가 되어 사건 현장을 종횡무진 누빈다.

이 책의 1권에 해당하는 『서커스 살인 사건』은 홈스와 소년 탐정들이 서커스장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과 그에 얽혀 있는 영국 왕실의 비밀을 밝혀가면서 그 배후의 악당 모리아티 교수와 펼치는 두뇌 게임과 추격전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리틀 홈스’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뛰어난 추리력과 기지를 발휘하는 오스굿의 활약상은 뒤이어 나올 2권과 3권에서 더욱 기대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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