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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돌아서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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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의 마케팅 의지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시계산업은 큰 위협을 받았다.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데다 한밤중에도 불빛을 내며 시각을 알려주는 휴대전화는 언제부터인가 손목시계의 존재를 잊게 했다.

아이폰은 최적의 마케팅 도구 #기업들 브랜드 노출 경쟁 … 시계·미디어 등 적들도 손잡아

그러나 아이폰의 등장은 시계 제조업자들에게 휴대전화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적과의 동침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때문이다.

아이폰의 장점이라면 애플에서 운영하는 ‘앱스토어(AppStore)’ 등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기만 하면 기존 휴대전화에서는 누릴 수 없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10만 개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으며 전 세계의 다운로드 건수만 20억 건을 돌파했다.

이미 브리틀링(Breitling), 피아제(Piaget), 반클리프아펠(Van Cleef & Arpels) 등 명품시계 제조사들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앱스토어에 자신의 신상품 라인이 담긴 애플리케이션을 올린 것이다.

이들의 애플리케이션은 3-D동영상 형태를 기본으로 가게의 위치나 제품 특징 등을 담고 있다. 단순한 카탈로그보다 화려해 집중도도 높다. 아이폰이 3-D 카탈로그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젊은 고객에 접근 쉬워

명품시계 브랜드 예거의 경우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시계케이스를 닦는 게임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경쟁을 붙이고 우승자에게는 시계공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이를 온라인 앱스토어에서 다운받는 것은 무료다. 명품으로 분류돼 온 이들 시계 제조사는 그동안 소수의 고객에게 카탈로그를 선보여왔다.

그런데 이들이 무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럭셔리 산업에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은 젊고 디지털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유용한 통로로 인식되고 있으며 시계 컬렉터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내기 적합한 마케팅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진숙 파슨스대 패션경영학과 교수는 “아이폰은 손안의 매체로 전통적인 매체보다 주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시키려는 노력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과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산업은 미디어다.

온라인 뉴스의 중요성과 영향력 증가는 신문, 잡지 등 전통매체에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편집인이 직접 3주간의 ‘디지털 뉴스읽기’ 체험을 시도한 것은 이런 위기의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컴퓨터, 아이폰, 그리고 디지털 리더기 킨들을 통해 온라인판으로도 읽을 수 있다.

켈러 편집인은 “아이폰은 훌륭하다. 그러나 AP, BBC 같은 다른 뉴스 소스와 함께 일렬로 나열된 헤드라인 리스트를 스크롤링하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점은 아직 불편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몇 가지 점만 보완하면 종이신문 골수팬인 그도 넘어갈 만큼 이미 아이폰은 종이매체보다 강력한 미디어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폰은 기타 디지털 기기에 비해 뉴스의 집중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의 모니터에서는 다양한 뉴스 사이에서 하나의 뉴스를 골라 봐야 하지만 아이폰에서는 개인화된 정보를 집중해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이 광고주나 미디어 관계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아이폰을 소유한 고객을 놓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타임스의 스콧 케네디는 “아이폰의 카피 앤 페이스트 기능 등을 봐라. 아이폰 자체가 혁신을 상징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브랜드와 가까이하는 것이 타임스의 브랜드 인지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휴대전화가 두려움이나 위협이 아니었던 기업에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광고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의류 브랜드 갭은 스타일믹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피자헛은 피자를 만들어보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처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제작자들을 고용하는 비용이 늘어나 1년 전에는 5000달러면 만들 수 있었던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이 4만 달러를 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 선보이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아이폰은 광고계의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한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아이폰이 직접적인 유통 경로가 되는 경우도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에서는 마스터카드 등이 시도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아이폰이 10만 고객을 돌파하며 모바일 쇼핑, 금융권을 꿈틀거리게 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달 26일 아이폰 및 아이폰터치에서 내려받아 쇼핑에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출시 3일 만에 2000여 건의 내려받기를 기록하며 무료 내려받기 순위에서 6위에 오를 정도로 아이폰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웹사이트와 달리 광고 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검색과 베스트셀러 상품, 특가 상품, e쿠폰 코너만으로 단순하게 구성해 스마트폰 특성에 적합하게 한 게 특징이다.현재 G마켓 외에 다른 온라인몰은 당장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파크 등 상당수 온라인몰은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에서 상품 검색 및 구매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UI와 애플리케이션을 준비 중이다.

아이폰 출시 전만 해도 온라인몰의 모바일 쇼핑 진출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나 아이폰발 스마트폰 열기가 계속되고 최근 이통사들이 데이터 요금을 대폭 인하하고 앞으로도 파격적인 요금 정책을 내놓는다면 앞으로 휴대전화로 쇼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하나은행이 10일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용 뱅킹 서비스인 ‘하나 N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이폰은 물론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터치를 통해서도 예금조회, 송금, 대출, 펀드, 카드, 외환업무는 물론 금융상품 조회와 가입 및 자산관리 등 부가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도 오는 28일부터 아이폰 전용 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현재 앱스토어에서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성태 기업은행 미래전략팀장은 “예금조회, 이체, 신용카드, 펀드, 외환 등 대부분의 개인 은행 업무를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관련 업체 및 국내외 은행권으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도 금융결제원과 함께 아이폰용 모바일 뱅킹을 위한 공동표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금융권에서도 오프라인 점포,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에서도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아이폰 마케팅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신문이나 TV 등 전통의 미디어 역할을 대체할 만큼 대중 마케팅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이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OS 기반의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틈새시장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임성은 기자·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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