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여왕마마 듭시오” … 신지애 가슴 뭉클한 골프클럽 대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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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골프 여왕 신지애의 팬카페 회원들이 골프 클럽으로 대관식을 열었답니다. 왕관보다 값진 골프 클럽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다지요. 신지애는 팬들과 함께 축하 케이크를 자르며(작은 사진) 내년에는 ‘올해의 선수상’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김상선 기자]

2009년은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를 위한 한 해였습니다. LPGA투어에서 시즌 3승과 함께 신인왕과 상금왕에 오르는 값진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지요. 1년 동안 지구를 다섯 바퀴나 도는 거리인 20만㎞를 뛰어다닌 결과이기도 합니다. 연말을 맞아 신지애의 인터넷 팬카페 회원들이 그를 위한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파이널 퀸, 신지애와 함께하는 아듀 2009’ 행사가 그것이지요. 이날 축하 행사장에는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6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200여 명의 팬이 모여든 가운데 골프 클럽 ‘대관식’도 열렸답니다. 골프 여왕이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 ‘golf&’도 찾아가 봤습니다.

최창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달 11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한 음식점. 20여 명의 팬이 하늘 높이 치켜든 골프 클럽을 교차시켜 아치 터널을 만들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신지애가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신지애의 아이디(ID)인 ‘신짱’을 외쳤다. 골프 클럽으로 만든 터널을 통과한 신지애는 감회가 새롭다는 듯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은 처음이에요. 클럽으로 만든 터널을 통과하면서 정말 ‘골프 여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내년에는 ‘올해의 선수상’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LPGA투어에서 사귀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제가 여자인데 같은 여자를 사귈 수 있나요. 차라리 PGA투어에서 찾아보는 게 낫겠어요. 타이거 우즈는 사생활이 복잡한 것 같고, 호주의 애덤 스콧 정도면 어떨까요. 다음 달에 호주로 동계훈련을 가는데 그때 스콧을 만날 기회를 엿봐야겠어요(웃음).”

“흰색 모자를 자주 쓰고 흰바지를 즐겨 입는 이유는 뭔가요.”

“흰색이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제 트레이드 마크인 셈이죠. 여기에 빨간색이나 노란색 상의를 받쳐 입는데 요즘에는 보라색 옷도 가끔 입어요.”

이때 한 팬이 외쳤다. “그러면 내년에는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상의 옷을 입고 7승을 하면 되겠네요.”

팬들의 질문은 계속됐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푸나요.”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속으로 삭이는 편이예요. 간혹 캐디 아저씨한테 화를 내기도 하지요.”

“좋아하는 음식은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분식’을 즐기는 편이에요. 제 입이 좀 싼가 봐요.”

“경기할 때 간혹 신경이 거슬리는 경우가 있나요.”

“그럼요, 실수했을 때 팬들이 ‘쯧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면 정말 기운이 빠져요. 팬들은 제가 못 들을 줄 아시겠지만 저는 또렷이 다 들린답니다. 그래도 팬들이 직접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우리 팬카페 회원들을 제가 다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한데 ‘신짱’이라고 부르면 제가 금방 달려갈게요.”

“함께 라운드하기에 부담스러운 선수가 있나요.”

“으흐흐, 로레나 오초아요. 예전에는 오초아와 꼭 라운드를 함께하고 싶었는데 막상 경기를 해보니 그린에서 플레이가 좀 느린 편이었어요. 골프는 리듬이 중요한데 가끔 오초아와 플레이하다 보면 리듬이 끊길 때가 있어요. 그래도 오초아는 무척 다정다감한 훌륭한 선수라는 것만은 분명해요.”

신지애의 대답이 끝나자 이번엔 주최 측이 마련한 비디오가 상영됐다. LPGA투어 마지막 경기인 투어 챔피언십의 한 장면이었다. 딱 1점 차로 ‘올해의 선수상’을 놓치는 빌미가 된 아쉬운 대회이기도 했다. 비디오가 끝날 무렵 카페 매니저인 신승면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인터넷 카페에는 11월 20일 대회 첫날 송학사님의 응원 메시지를 시작으로 24일 대회 최종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무려 234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2007년 6월 25일 이 카페가 오픈한 이후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온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신짱’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신짱은 이날 팬들 앞에서 ‘개인기’도 선보였다. 팬들은 힙합 댄스를 주문했지만 신지애는 노래를 불렀다.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멋지게 불러 젖혔다.

이날 행사는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신지애는 팬들에게 이 말을 남기고 무대에서 사라졌다.

“저는 여러분이 있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깨닫고 있어요. 밤잠 설치며 응원해 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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