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때 미리 자금 확보하라’ 연말 회사채 발행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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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연말을 앞두고 고금리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내년 금리가 오를 때를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자금을 싼 금리로 확보해 두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행된 신용등급 BBB+ 이하의 무보증 회사채는 5992억원어치로 전달(1452억원)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BBB+급 이하는 비우량 회사채에 해당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만큼 금리는 8%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14일 발행된 금호산업(BBB) 회사채의 연 수익률은 10.8%에 달했다. 현대시멘트(BBB+)는 16일 연 8.3%에, 대한전선(BBB+)은 17일 연 8.6%의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연말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건 내년에 쓸 자금을 미리 확보해 두기 위해서다. 유진투자증권 두영균 채권금융팀장은 “내년엔 금리가 오를 걸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이 그 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도 기업들이 비우량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다. 저금리인 데다 주식시장도 밋밋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고금리 회사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BBB급 채권의 경우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내부 규정에 따라 투자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처럼 개인 수요가 많을 때가 비우량 회사채를 발행할 좋은 타이밍인 것이다.

실제 최근 증권사들이 진행 중인 고금리 회사채 특판엔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17일 특별 판매한 한국토지신탁·대한전선 등 고금리 회사채 물량은 하루 만에 대부분 팔렸다.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몇 백만원 단위의 개인 고객도 많이 몰렸다.

NH투자증권도 18일부터 A급 회사채와 함께 연 수익률 8.3%의 삼환까뮤 회사채를 선착순 판매한다. NH투자증권 김종은 채권영업팀장은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러한 채권은 이자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고객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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