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미 통화스와프 내년 2월 종료…“한국 외환 유동성 위기 없어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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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내년 2월 1일 종료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6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들과 맺은 일시적인 통화스와프 협정을 내년 2월 1일 종료하기 위해 해당 중앙은행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17일 “사실상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내년 2월 1일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15개월 만에 끝나게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30일 한은이 미 연준에 원화를 맡기고 300억 달러를 공급받는 내용으로 체결됐다. 그동안 한은과 연준은 2월과 6월 두 차례 협정을 연장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는 외형적으로는 ‘달러 보호막’이 걷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불안해할 일은 아니다. 우선 이번 결정은 국제 금융시장이 본격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달러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는 지난해 10월 10일 4.82%까지 치솟았지만 이달 16일 사상 최저인 0.25%로 떨어졌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미국이 볼 때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 아래 비정상적인 조치였던 통화스와프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서도 외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조치는 한국에 대해서만 취해지는 게 아니라 미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는 14개국에 대해 일괄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만약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통화스와프가 모두 종료되는 가운데 한국만 연장한다면 오히려 시장에 불안감을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정도 사뭇 달라졌다.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2708억9000만 달러로, 만기 1년 미만의 대외채무 1800억 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달러를 확보하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 종료는 환자 상태가 크게 호전돼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중 남아 있던 4억5000만 달러를 전액 회수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도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3원 하락한 달러당 1177.9원에 마감했다.

이상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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