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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special edition] 어떤 선물, 기억에 남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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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입니까?

『Present(선물)』를 쓴 일본작가 가쿠타 미쓰요는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이 질문을 받고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받아서 기뻤던 기억이 남아 있는 선물이 뭐가 있더라…. 한참을 고민하다 순간, 어릴 적부터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많은 선물들이 머리에 떠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후, 평범했던 삶을 아름답게 수놓은 선물 이야기를 책으로 엮게 됐다고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는 선물, 이름’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책가방’ ‘방과 후 골목길에서의 첫 키스’ ‘결혼식 날 단짝 친구들이 만들어준 베일’ ‘감기로 누워있을 때 가족들이 만들어준 음식’ 등등.

가쿠타가 책을 쓰면서 얻은 진실은 ‘관계’였다. “물건은 언젠가 없어지고 말지만 그것에 얽힌 기억, 그 사람과 맺었던 관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성탄절 무렵이 되면 공식처럼 떠오르는 게 ‘산타클로스=선물’이다. 어려서는 받는 것에만 익숙했지만, 어른이 되면서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선물할지가 더 고민이 된다. 지금도 머릿속이 복잡한 당신에게 style&이 몇 가지 조언을 준비했다. 그것은 작은 물건일 수도 있고, 형체는 없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이름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기쁜 기억이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은 올해 누구에게 어떤 산타클로스이길 원하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백화점에는 갖가지 물건이 가득하지만 특별한 사람에게 줄 인상 깊은 선물을 고르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style& 기자 네 명이 각자의 취향과 성격대로 선물을 골라봤다. 받으면 기분 좋고, 쓸모도 많은 것들이다.

필요한 걸 줄까, 원하는 걸 줄까
스타일 기자 네 명이 고른 연말 선물


서정민 기자
40대 초반. 밥 한 끼 제대로 안 해 먹는 게으른 딩크족(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 검정·회색 그리고 남성스러운 디자인의 옷을 즐겨 입는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굽의 하이힐은 절대 신지 못한다. 덕분에 신발장에는 두 켤레의 단화 외에 운동화만 가득하다.

1 청바지 즐기는 남편에게 : 양말 3종 세트

매일 신지만 의외로 옷과 짝 맞추기 어려운 게 양말이다. 그래서 남자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양말 3종 세트를 준비했다. 밝고 경쾌한 색상의 컬러 양말은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을 때 어울린다. 마름모꼴의 아가일 체크, ‘뗑뗑이’라고 불리는 도트 무늬 양말은 정장 바지용으로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정장용 바지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았을 때 맨 살이 드러나면 신사의 매너에서 어긋난다. 그 때문에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도 하나 준비했다. 원색 양말 폴 스미스 5만원, 아가일 체크 양말 무지 8500원, 도트 무늬 양말 브룩스 브라더스 2만7500원.

2 까칠한 10년 지기 친구에게 : 캐릭터 브로치

친구는 닮는다고, 10년 지기인 이 친구도 언제나 검정 아니면 회색 옷만 입는다. 레이스나 스팽글 등의 장식 없는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어둡고 차가운 인상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는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의 브로치를 선물하고 싶다. 남성복 같은 검정 재킷에 매치하면 인조보석이 박힌 어정쩡한 모양의 도마뱀·거북이 브로치보다 훨씬 감각 있어 보인다.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 9만원.

3 메모하길 좋아하는 선배에게 : 연필

늘 가방에 수첩과 연필을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메모를 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전 아이팟 터치를 구입하고부터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조심조심 기계 자판을 누르는 것으로 메모를 대신한다. 현대인이 편리한 문명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필의 아날로그적인 멋을 잃어버린 게 아쉽다. 사실 만년필은 부담스럽고, 볼펜은 경박해 보인다. 반면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연필은 소박하면서도 문화적인 향기가 배어나서 보기도 쓰기도 좋다. 선배가 다시 연필을 썼으면 좋겠다. 뒷부분을 돌려서 심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샤프식 연필 파버카스텔 7만원.

4 씩씩한 여동생에게 : 금 목걸이 장식

30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엄마아빠에게 애교 부리며 밥 얻어먹고 사는 게 좋다는 노처녀 여동생. 웹 디자이너가 직업이라 출근 복장도 자유로워서 주로 캐주얼한 차림을 즐긴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는 은 액세서리를 주로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액세서리는 금색이 더 잘 어울린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때문이다. 겨울철에 금색 액세서리가 잘 어울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금색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빈티지 스타일과도 궁합이 잘 맞는 색상이라 여러 모로 유용하다. 새해에도 한층 밝고 기운차라는 의미에서 ‘사랑과 성공의 열쇠’ 모양 펜던트를 골라봤다. 티파니 골드 90만원대, 실버 34만원대.



송지혜 기자
20대 중반. 뽀얗게 빛나는 복숭아 같은 피부 덕분에 선배들로부터 ‘역시 젊은 게 좋구나’라는 부러움을 산다. 대학시절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으로 물들이고 다녔을 만큼 분홍색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핑크 공주’. 예쁜 귀고리, 헤어핀 등의 액세서리 사는 것을 좋아한다.

5 새색시 언니에게 : 키친 타이머

언니는 이달 초, 초등학교 동창인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모두가 행복한데 유독 어머니에게만 작은 걱정이 하나 있다. 4남매 중 맏이라 어머니를 도와 각종 집안일을 꽤 했지만 요리만은 제외였기 때문이다. 김치볶음밥, 순대볶음이 언니가 할 줄 아는 요리의 전부다. 언니 같은 요리 초보자에게는 1시간 이내에서 원하는 시간에 다이얼을 맞춰 놓으면 제때 시간을 알려주는 키친 타이머가 유용할 것 같다. 삶고, 볶고, 찌는 기본 시간만 잘 지켜도 요리는 절반의 성공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깜찍한 디자인은 주방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낼 듯하다. 안나 키친 타이머 by 더플레이스 12만6000원.

6 소박한 엄마에게 : 유색 귀고리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던 여성도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고 한다. “자꾸만 빨간색이 좋아져요”라는 최불암 아저씨의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화려한 색, 화려한 무늬의 옷에 끌리는 중년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옷은 조금만 스타일링에 실패해도 과해 보이거나 촌스러워 보이기 쉽다. 목까지 올라오는 옷을 많이 입게 되는 겨울엔 유색 귀고리 하나만으로도 전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내 기억 속에선 단 한 번도 화려한 유색 귀고리를 한 적이 없는 어머니. 그래서 더욱 어머니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스와로브스키 12만원.

7 가상의 남자친구에게 : 시계

시계는 남자가 다양하게 자신을 뽐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액세서리 중 하나다. 동시에 사회적 신분, 자신의 취향을 상대방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상의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로 시계를 골랐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직장인일 그에겐 정장에 어울리는 시계가 필요할 것이다. 가죽 밴드 시계는 정장뿐 아니라 캐주얼 차림에도 두루 잘 어울린다. 세 개의 크로노그래프 다이얼은 바쁜 직장 남성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나눠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가운 계절에는 검정 다이얼이 더 잘 어울린다. 타미 힐피거 워치 28만8000원.

8 세련된 10년 지기 친구에게 : 가죽 팔찌

때로는 평범한 의상보다 세련된 액세서리 하나가 강한 힘을 발휘한다. 10년 넘게 사귄 오랜 단짝 친구는 도도한 매력의 소유자다. 무척 마른 그는 어두운 계통의 스키니 진, 쇼트 팬츠, 미니스커트 등을 즐겨 입는다. 게다가 같은 의상이라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톡톡 튀는 디자인의 것을 고른다. 그런 그에게 뱀 가죽 소재의 세련된 팔찌를 선물하고 싶다. 강렬한 색상의 이 팔찌는 금속과 가죽이 혼합된 것이라 사계절 내내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MCM 23만8000원.



강승민 기자
30대 중반. 정장 슈트도 멋지게 소화하지만 평소에는 청바지와 긴 팔 셔츠를 즐겨 입는다. 띠 동갑과의 소개팅에서 애프터에 성공할 만큼 젊고 트렌디한 센스를 자랑한다. 반면, 호텔 베개까지도 뒤집어 꼭 브랜드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직업병 때문에 ‘된장남’으로 오해받을 때가 많다.

9 멋쟁이 아버지께 : 슈 트리

올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아버지를 ‘멋쟁이 신사’로 변신시키고 싶다면 첫 단계로 슈 트리를 선물할 것을 제안한다. ‘슈 트리’는 쉽게 말하면 ‘구두 틀’이다. 고급 수제화 매장에 가면 구두 안쪽에 끼워져 있는 발 모양의 나무틀을 볼 수 있다. 구두를 잘 보관하기 위한 도구로 대개 나무로 만든다. 구두에 찬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가죽이 습기를 먹은 채 그대로 마르면 점점 푸석하고 딱딱해진다. 구두 안쪽에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어 위생적으로도 안 좋다. 슈 트리를 쓰면 습기 제거는 물론 구두 모양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늘 새 구두를 신는 기분이 든다. 란스미어 13만원.

10 산책을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 아웃도어용 모자

“이 브랜드는 색상이 별로고 저 브랜드는 기능이 떨어지고….” 우연히 백화점 아웃도어 의류 코너에서 중년 여성들의 얘길 엿들었다. 신차의 연식과 엔진 성능에 대해 줄줄 꿰고 있는 아저씨들만큼이나 해박한 지식이 놀라웠다. 요즘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아웃도어 의류 인기가 높다고 해서 무턱대고 선물을 골라선 안 된다. 위의 대화에서처럼 취향이 다양해서 선물하고도 욕먹기 십상이다. 이럴 때 대안은 간단한 소품이다. 가벼운 산책이나 겨울산행에 유용한 비니(두건처럼 머리에 꼭 맞는 모자)는 색상별로 갖고 있으면 의상에 따라 골라 쓸 수 있으니 제격이다. 라푸마 3만5000원.

11 더 친하고 싶은 여자 친구에게 : 명품 가방

어느 날 여자친구(혹은 아내)를 봤더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내가 선물한 것으로 치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어떤 것도 내가 준 것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때때로 여자들에게 인상적인 선물이란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살만한 것’을 뜻한다. 남자 마음이야 언제든 뭐든 사주고 싶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늘 넉넉하진 못하니 대안을 찾을 수밖에. 이럴 때 가격 대비 효과를 따진다면 흔히 ‘비닐’로 불리는 PVC 소재의 명품 가방이 좋다. 가죽보다는 가격도 저렴하고, 명품 로고는 어김없이 반짝이니 그녀의 친구들도 시샘어린 눈길로 봐줄 것이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70만~80만원대(사이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12 까다로운 여자 친구에게 : 참 장식

뭘 사줘도 ‘뭐 이런 걸 샀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라면? 남자 친구의 패션 감각이 뒤처지거나, 여자 친구의 취향이 까다로운 게 이유일 수 있다. 어쨌든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으려면 다용도 제품을 고르는 게 현명하다. ‘참’이라 불리는 핸드백 장식 고리 겸 열쇠고리는 여러 모로 유용한 제품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여러 개의 장식이 매달린 참 스타일에 분명 만족할 것이다. 이런 류의 참 장식은 가죽이나 캔버스, 가방의 소재와 상관없이 모두 잘 어울리는 게 장점이다. 크리스찬 디올. 40만원대.



이도은 기자
30대 중반. 남편과 친구처럼 지내는 귀여운 아내이자 토끼 같은 두 아이의 어머니다. ‘어느 곳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백화점’이라고 답할 만큼 쇼핑을 좋아한다. 물론 “앞으로 1년 동안 아무 것도 사지 않겠다”는 알뜰한 반성과 결심도 자주 한다.

13 기품있는 아빠에게 : 셰이빙 브러시 세트

남자가 특별한 날,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공들여 면도하는 것만큼 ‘남자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을까. 브러시로 셰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기로 천천히 수염을 밀어내는 전통적 방식이라면 더 바랄 게 없다. 칼 면도의 매력은 차가운 칼날이 목덜미에 닿았을 때의 전율이라고 한다. 수공으로 제작한 브러시 세트는 그 성스러운 의식에 어울리는 선물이다. 이제는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더 익숙한 아빠를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엄마도 여자’라면 ‘아빠도 남자’라고. 벨그라비아 36만원.

14 모자를 수집하는 남편에게 : 헌팅캡

남편은 야구 모자를 즐겨 쓴다. 족히 스무 개 넘게 가지고도 매번 ‘이건 다른 거야’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새 것을 사들인다. 올겨울엔 스타일을 좀 바꿔보라고 헌팅캡을 선물할까 한다. 테일러드 코트나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짝지으면 멋쟁이 신사 같고, 꼭 붙는 청바지에 운동화랑 만나면 빈티지 스타일이 완성된다. 겨울옷은 어두운 색이 많아 포인트가 될 만한 환한 색이 더 쓸모 있겠다. 앤소니 페토 by 샌프란시스코마켓 22만2000원.

15 장난감을 좋아하는 딸에게 : 원목 병원놀이

두 돌배기 딸이 드디어 ‘병원 놀이’에 입문했다. 인형을 껴안고 약 먹이는 시늉을 하더니 급기야 6개월 된 동생에게 주사를 놓아댄다. 플라스틱 장난감이 탐탁치 않아서 고민하던 참에 원목 제품을 발견했다. 화학 염료를 바르지 않아 물고 빨아도 걱정 없고, 나무의 느낌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정서적으로도 좋을 듯싶다. 청진기·주사기에 알약·체온계까지 어른이 봐도 탐난다. 숲소리 2만8900원.

16 얼리 어댑터인 선배에게 : 아이폰 전용 케이스

아이폰을 ‘새로 뽑은’ 선배는 장난감을 자랑하는 아이 같았다. 한데 이건 좋고 저건 어떻고 하는 선배의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한 번 떨어뜨렸다간 저 큰 액정이 남아나지 않겠군’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생각한 게 전용 케이스다. 일단 튼튼한 소가죽이라는 점이 믿음직스럽고, 줄을 걸 수 없는 아이폰이 불편할까봐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는 센스도 맘에 든다. 뭣보다 스포츠카만큼 잘 빠졌다. 토니노 람보르기니 by 현석알피 4만7500원.

서정민 기자
사진=엄효용 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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