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강화·검단을 경기도 환원 문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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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천시 강화군과 서구 검단동의 경기도 환원 문제를 둘러싼 인천시-경기도간 영토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1998년 6월 광역단체장 선거와 99년 10월 경기도의 강화.검단 경기도 환원을 위한 범도민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계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두 지자체간 설전(舌戰)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 싸움은 최근 경기도가 환원운동의 당위성 등을 인천시청까지 찾아와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시민들이 "경기도가 인천시를 얕잡아보는 행위" 라고 공격하고 나서 지난번과는 달리 양측 공방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발단〓경기도는 이달부터 인천시청 민원실을 비롯해 구청.동사무소에 설치된 대형 뉴스비젼에 '강화도 경기도 환원' 을 주장하는 광고를 매시간마다 내보내고 있다.

아울러 강화도 주민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신문광고.현수막 등을 통해 강화도 환원의 당위성 등을 집중 홍보하고 나섰다.

경기도와 도의회가 지난해 10월 조례제정을 통해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한 후 벌이는 대규모 첫 공세인 셈이다. 도와 도의회는 이를 위해 모두 13억1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시민들은 지난 두차례에 걸친 환원운동과는 달리 매우 조직적이고 적극적이라 평가하면서 의중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 인천시 입장〓현지 주민들이 경기도 환원문제에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환원논의를 벌이는 것은 주민들간 반목만 확대시키는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게 기본입장이다.

시는 강화.검단 편입 당시 주민의견조사와 경기도의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쳐 확정.시행된 사안을 놓고 경기도가 퇴직 공무원들을 앞세워 환원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강화군은 다른 시.군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고 낙후돼 세수(稅收)측면의 이익도 없는데 경기도가 굳이 재편입을 꾀하는 것은 세력과시용 영토확장이 목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한다.

경기도가 강화.검단 환원운동을 계속 전개할 경우 2백50만 인천시민과 함께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은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가로 따지면 전쟁 상황" 이라며 "양식있는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며 경기도 고위인사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 경기도 입장〓경기도는 강화군이 인천시로 편입될때 주민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않았기 때문에 원인무효라고 주장한다.

당시 주민의견조사 과정에서 공무원.이장 등이 인천편입에 반대하는 가정은 제외한채 인천편입에 찬성해 줄 것을 홍보했으며 조사 당시 세대주가 없을 경우 조사반이 직접 찬성란에 표시하는 등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지적이다.

또 1994년 9월 내무부(현 행정자치부)가 행정구역 개편안을 발표하기전 지방의회 토론이나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아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화군과 인천사이에는 경기도 김포시가 자리잡고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40㎞나 떨어져 있어 생활권도 다른만큼 광역행정을 펼치기가 불가능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강화군은 인천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방치되고 있으며 편입당시 약속했던 강화 제2대교 건설 등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창열(林昌烈)지사는 환원문제를 공약사업으로 해 도의회와 함께 적극 추진해 왔다.

◇ 현지 여론〓주민 대부분이 강화나 검단이 어느 곳에 편입되는냐에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어느 곳에 속하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생활수준만 향상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강화군 환원운동은 강화군 행정구역 경기도환원추진위원회와 일부 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강화군과 군의회는 경기도 환원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주민 강영민(56.강화읍)씨는 "경기도 강화군이든 인천시 강화군이든 농민들이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고 말했다.

◇ 전망〓지난해 8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시.군.구 주민들에게 조례제정청구권이 주어졌다.

따라서 주민 5백명이상이 연명으로 조례제정을 지방의회에 요청, 의회를 통과할 경우 단체장은 이를 1주일이내에 공표.시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화군의회가 경기도 환원 반대 입장을 보이는만큼 경기도 재편입이 무척 어려운 실정이다.

검단동은 스스로 조례제정청구권을 갖지 못해 인천시 양보없이는 경기도 김포시로의 환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재헌.정영진 기자

◇ 인천시 편입과정〓정부는 1994년 9월 주민생활권 중심으로 행정구역을 조정한다는 이유로 경기도에 속했던 강화군과 김포시 검단면을 인천시로 편입키로 했다.

이듬해 3월 정부는 주민의견 조사결과 강화 68%, 검단 56%의 찬성률을 보였으며 해당 행정기관과 지방의회도 찬성의사를 밝혔다며 국무회의 의결 등을 통해 이들 지역을 인천시에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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