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세대] 1. ⓝ 대학생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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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77년 이후 출생한 23세 아래의 대학생.청소년층을 지칭하는 n세대. 이들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 탈정치.개인주의와 서구적 리버럴리즘이 몸 속에 자연스레 밴 21세기형 신세대다.

이들은 정보화.세계화의 첨병이자 패션.소비의 주역으로 떠받들여지는 반면 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각종 대중매체의 홍수 속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기도 하다.

기성세대는 유전자부터 달라보이는 이들에 대해 기대와 당혹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5회에 걸쳐 주 1회 연재될 '나, n세대' 는 '튀는' 측면만 부각시켰던 기존의 상업적 세대담론을 지양, 젊은이들의 현실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기성세대와의 바람직한 교류를 모색한다.

첫 회는 캠퍼스의 광장 대신 PC방에서 자신만의 창(윈도)으로 세계와 접속하며 살아가고 있는 n세대 대학생을 들여다본다.

오전 7시30분쯤 기상해 학교에 간다.

보통 오후 2, 3시까지 강의를 듣는다. 강의없는 시간이 2시간 정도 되면 PC방을 찾는다. 주로 '포트리스' 나 '퀴즈퀴즈' 게임을 한다.

포트리스는 자신에게 맞는 탱크를 골라 상대방의 탱크와 싸우는 게임인데 한물간 '스타크' 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연 구사하는 전략이 많고 다양하다. 때문에 게임을 통해 '사람 만나는 맛' 이 쏠쏠하다.

퀴즈퀴즈는 상식부터 전문지식까지 다양한 문제를 푸는 게임인데 역시 이 과정에서 사람들과 경쟁하며 친해지는 묘미 때문에 즐기게 된다. 리포트 숙제를 할 때도 있는데 가능하면 검색어 입력을 좀더 정밀하게 해서 다른 리포트와 차별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짜깁기는 안된다며 육필 리포트를 요구하는 교수님들도 있다. 이 경우는 솔직히 골치 아프다. 강의가 끝나면 다시 PC방으로 가 저녁까지 4, 5시간씩 게임을 한다. 지난해만 해도 밤새워 게임을 하고 오전 7시쯤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뒤 학교로 달려가곤 했지만 이젠 좀 철이 들었는지 저녁만큼은 집에서 먹고 부모님과 대화도 한다. 그래도 공부나 집안의 반대만 없다면 며칠씩 게임방에서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같다.

게임을 할 때는 야후 음악감상실에서 좋아하는 노래나 뮤직비디오를 다운받는 한편 리포트 자료도 내려받아 시간을 아끼는 편이다. 채팅도 한시간 정도 하는데 요즘 친구 사귀는 데는 채팅이 제일 편하다고 생각한다. 취미나 뜻이 같은 아이들끼리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팅 친구는 1주일을 넘기기 힘든 것 같다. 끊임없이 다른 친구들이 나타나고 그들을 만나면서 이전의 친구는 잊혀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하루는 학교수업과 게임방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이다. 동아리나 과 활동은 거의 안한다. 내 흥미를 자극할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직업에 대해 뚜렷한 목표를 세운 것은 없지만 결국은 게임처럼 나의 흥미를 자극하는, 놀이와 일이 결합된 일터를 찾을 것 같다.

유영철(20.대전대 경영학2) <170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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