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리포트] 부시는 미국의 Y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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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의 대통령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춰야 할까.

지식이라면 별반 내세울 것이 없던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 대통령(1981~89)도 미국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8년째 대통령을 하고 있는 빌 클린턴이 이 부분에서 워낙 광채를 발해 최근엔 지식이 다시 중요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점에선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참 딱하다.

라이벌인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군축.환경.정보화.교육 등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자랑한다. 물론 학벌로는 부시도 최상급이다. 그는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부시는 머리가 비었다" 고 느낀다. 그는 국정현안을 설명하거나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부시가 '대통령 지식 필수론' 을 공격하고 나섰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CNN 창사 20주년 기념모임에서 부시는 사우디아라비아 기자의 국제문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했다. 그는 오히려 역공을 가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 대해 모든 문제를 잘 알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도자 역할의 하나는 뛰어난 전문가를 주변에 포진시키는 것이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대변할 수 있으면 된다. " 이른바 '두뇌 차용(借用)론' 이다.

부시의 선거운동 팀도 두뇌차용론을 적극 활용한다. 오클라호마의 공화당 하원의원 와츠는 유권자들에게 "대통령이 똑똑할(clever) 필요는 없다. 대통령은 이를 살 수 있다" 고 옹호한다.

전문가들은 부시가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부시의 날카로운 위트 감각을 볼 때 머리가 나쁠리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시가 지식 필수론에 지나치게 반감을 보이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웨인은 "미국인들이 백과사전 대통령을 원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지적 능력은 필요하다" 고 지적한다.

부시는 요즘 6~8% 포인트로 고어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TV토론에서 맞붙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배짱 두둑한 부시라 해도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는 대답만으로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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