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학습 놀이] 엄마는 요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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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씨가 딸 임혜미양과 머리에 좋은 돼지고기 살코기로 요리를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혜미 아빠가 요리에 관심이 많아 식단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이왕이면 두뇌 발달에 좋다는 요리를 해주려고 노력해요.” 임현정(34·여·서울 중구)씨 부부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딸 임혜미(한성소학교 2)양의 먹을거리. 며칠 후면 겨울방학이다. 학생들이 알찬 방학을 보내기 위해 생활계획표를 짜듯 엄마들은 자녀의 머리에 좋은 음식으로 방학 식단을 준비해 보자.

매일 다른 밥으로 입맛 돋워

‘브레인푸드(brain food)’. 최근 기억력·집중력 등에 좋아 꾸준히 먹으면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는 음식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내 아이 똑똑하게 만드는 천재 밥상』 저자 김수현 약사는 “머리가 좋아지는 밥상이 따로 있다”며 “하지만 특정 음식을 먹으면 단번에 모든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최적의 영양을 공급해 아이의 두뇌가 무엇이든 빨아들일 수 있는 건강한 상태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일 다양한 종류의 밥을 준비하면 자녀의 입맛을 돋울 수 있다. 김 약사는 ‘살아 있는 영양의 보고’라며 현미밥을 권했다. 현미엔 씨눈과 껍질의 비타민·미네랄·필수 지방산·섬유질 등이 두루 함유돼 있다. 현미의 단백질과 비타민 E는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이용해 뇌세포가 재생될 수 있도록 돕는다.

콩밥도 추천할 만하다. 콩엔 뇌 발달에 꼭 필요한 콜린과 레시틴이 식물성 식품 중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콜린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제조 원료다. 주말에는 다시마말이밥으로 색다른 맛을 즐겨본다. 김혜남(아름다운 김혜남한의원) 원장은 “해조류 중에서 특히 두뇌에 좋은 식품인 다시마엔 비타민A·B군이 많다”고 말했다.

‘녹차 돼지고기 볶음’으로 집중력·기억력 향상

콩을 발효시키면 글루타민산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소. 그래서 된장찌개·청국장·고추장찌개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미역국도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고등어는 두뇌에 좋은 DHA가 풍부하다. 하지만 지용성이라 요리할 때 주의해야 한다. 임씨는 “센 불에서 빨리 굽거나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구우면 DHA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대학교 임경숙(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이와 ‘생선 깨끗하게 발라먹기’ 시합을 하면서 젓가락질에 대한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주면 더 좋다”고 말했다. 젓가락을 잘 쓰면 두뇌 개발에도 좋다.

돼지고기 등의 살코기는 두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철분이 다량 들어 있다. 임씨는 “요리할 때 녹차가루 또는 우려내고 남은 녹차잎을 활용하면 돼지고기 냄새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녹차에 들어있는 데아닌 성분은 머리를 좋게 만든다. 임 교수는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의 뇌파인 알파파를 만들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요리를 상추에 싸 먹으면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엽산을 보충할 수 있다. 임씨는 또 “딱히 준비된 식재료가 없을 때는 계란말이나 계란찜을 해준다”고 말했다. 계란 노른자에 있는 콜린은 기억력 발달에 좋고, 레시틴은 IQ·EQ 향상에 도움이 된다.

간식만으로도 두뇌 발달 도울 수 있어

간식거리로 하루에 호두 세 알씩 준비해 보자. 임 교수는 “호두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오메가-6은 두뇌 세포 간의 활발한 교류를 돕고, 비타민E는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좋다”고 설명했다. 두뇌발달에 필요한 비타민A·B, 미네랄도 있다. 간단한 옥수수 샐러드·버터구이·수프도 훌륭한 간식이다. 옥수수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가 풍부하다. 특히 옥수수 눈에 있는 레시틴 성분은 두뇌 발달에 좋다. 삶은 감자도 꾸준히 먹으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C·E와 철분이 풍부하다. 비타민B1·B2가 많아 기억력과 사고력 향상에도 좋다. 땅콩버터를 구입해 식빵에 발라주면 초간단 브레인 푸드 간식이 된다. 땅콩버터에는 비타민 B1·E가 풍부하다.

밥상 분위기 좋아야 두뇌활동 활발

방학만 되면 늦잠 자는 학생이 많다. 자녀의 머리를 좋아지게 만들고 싶다면 깨워서 아침밥부터 먹여야 한다. 임 교수는 “아침밥을 씹는 동안 침이 분비되면서 자고 있는 신경세포들을 깨워 두뇌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하는 식사는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김 원장은 “소화효소 분비가 촉진되고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각종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분비된다”며 “식사 후의 두뇌활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식사시간도 머리에 좋다. 몸이 식사시간을 기억해 소화 흡수를 돕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래야 뇌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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