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초·재선의원들, 지도부에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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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30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6대 국회의 첫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의사가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후보 선정방식을 두고 초.재선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회의에서 당직자들은 "의장후보 선정문제를 지도부에 일임하자" 는 결론을 유도하려 했다. 그러고는 최다선인 이만섭(李萬燮.8선)의원을 지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총 분위기는 달랐다. 일부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선 주장과 함께 지도부 성토발언까지 속출했다.

결국 31일 자유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키로 번복했다. 여당의 의사결정 관행인 '지도부 위임론' 이 밀린 것. 당 일각에선 이를 당내 민주화를 위한 '초.재선의 힘' '신선한 반란' 으로 평가했다.

오전 10시 회의가 시작되자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안정적 국회운영을 위해선 여당에서 의장이 나와야 하는데 개원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후보선출을)지도부에 일임하는 게 최선" 이라고 분위기를 잡았다.

이윤수(李允洙)의원은 "총재에게 맡기자" 고 거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개혁성향의 초.재선그룹이 반박에 나섰다. 정범구(鄭範九)의원은 "의장후보 선출은 투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 했고, 추미애(秋美愛)의원은 "과거 집권당과의 차별성을 알릴 좋은 기회" 라며 자유경선을 주장했다.

긴장감 속에 설전이 이어졌다. '본선 전략' 과 '당내 민주화론' 이 충돌했다.

김한길 의원은 "당내 경선 때 발생하는 감정의 골을 메울 시간적 여유가 없다" 며 "(한나라당 후보와의)본선 경쟁에서 부담을 감안해 지도부에 위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는 논리를 폈다.

그러자 이호웅(李浩雄)의원이 "지도부에 위임하면 국민은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 이라고 맞섰다.

초선의 김성호(金成鎬)의원은 "의장후보 문제를 논의하는지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며 절차문제까지 따졌다.

이런 가운데 이만섭 의원도 "당당하게 순리대로 경선을 통해 결정하자" 는 견해를 피력했다.

의외의 사태를 맞은 당 지도부는 徐대표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런 분위기는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선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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