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등 "페루 대선 무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리마.워싱턴〓외신종합] 28일 실시된 페루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3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국제사회는 개표절차 등의 하자를 들어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제재조치를 거론하는 등 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결함이 있는 과정을 거친 대통령은 누구도 정통성을 내세울 수 없을 것" 이라며 "새로 도입된 개표집계 시스템을 검증할 기간이 부족하다는 국제참관단의 불만을 페루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점에 비춰 우리는 이번 선거가 유효하다고 보지 않는다" 고 밝혔다.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의 선거감시단도 "투.개표 컴퓨터의 오류를 방치한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된 이상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고 밝혔다.

프랑스와 스페인 정부 역시 개표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중남미 주요 일간지들은 후지모리 정부가 결선투표 강행으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부정선거의 증거가 확보될 경우 제재조치를 취해도 좋다는 미 하원의 결의안에 서명한 바 있다.

한편 페루의 주요 도시에서는 후지모리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대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거나 돌을 던지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후지모리는 그러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직후 "이번 결선에 부정은 없었으며, 톨레도가 대선 후보에서 공식 사퇴하지 않은 만큼 정당한 선거였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