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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박이도 '이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른 아침 너의 앞에 서면

끝내 손댈 수 없는 순수를 본다

빛이 스치는 순간

비로소 숨쉬는 생명의 탄생

투명하고 차가운 우주

내 눈물보다 더욱 순결한 사랑

밤사이 빚어진 신비의 나라

네 속에서 씨앗으로 탄생하고 싶다

대지 속으로 스며들고 싶다

그리고 울고 싶다

다시 태어나는 이슬이고 싶다

-박이도(62) '이슬'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하나에도 시인은 우주를 담고 있다. 마음이 맑고 티 없으면 온갖 사물이 다 투명하고 순결해 보이는 것일까. 한순간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이슬에 온 생명을 다 바쳐 영원으로 이끌고 가는 힘은 무엇일까. 이슬의 순수를 담고 싶은 박이도는 이미 맑아져서 우리 앞에 한방울 이슬로 아침을 빛내주고 있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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