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너의 앞에 서면
끝내 손댈 수 없는 순수를 본다
빛이 스치는 순간
비로소 숨쉬는 생명의 탄생
투명하고 차가운 우주
내 눈물보다 더욱 순결한 사랑
밤사이 빚어진 신비의 나라
네 속에서 씨앗으로 탄생하고 싶다
대지 속으로 스며들고 싶다
그리고 울고 싶다
다시 태어나는 이슬이고 싶다
-박이도(62) '이슬'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하나에도 시인은 우주를 담고 있다. 마음이 맑고 티 없으면 온갖 사물이 다 투명하고 순결해 보이는 것일까. 한순간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이슬에 온 생명을 다 바쳐 영원으로 이끌고 가는 힘은 무엇일까. 이슬의 순수를 담고 싶은 박이도는 이미 맑아져서 우리 앞에 한방울 이슬로 아침을 빛내주고 있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