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경포호 수질 갈수록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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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동해안의 대표적 호수인 강릉 경포호의 수질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들어 수질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넘어 등외으로 떨어지는 등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강릉시는 경포호의 수질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자 1991년부터 98년까지 약 80억원을 투입, 퇴적물 준설과 호반 정비사업 등 수질개선 사업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수중 생물의 서식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4백50여만원을 들여 인공부도(人工浮島)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99년 상반기에는 한때 4등급 수준으로 수질이 개선되기도 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5등급으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3차례에 걸쳐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수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질소와 인(燐)이 각각 2.72㎎/ℓ, 0.25㎎/ℓ로 5등급 수질 기준(질소 1.5이하, 인 0.15이하)을 초과한 등외등급으로 나타났다. 5등급 수질은 특수한 정수처리를 해야만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수질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포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호수 유입수량을 늘리는 동시에 유입수의 오염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올들어 가뭄이 계속되면서 인근 경포천과 안현천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어 수질이 악화됐다" 며 "경포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류 농경지에서 흘러드는 하천수의 수질 정화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강릉시는 이를 위해 올해 3억원을 들여 경포호 상류쪽 농경지 7천2백여평을 매입해 인공 습지를 조성, 수생식물을 키울 계획이다.

이곳에서 농약 성분이 함유된 유입수를 한차례 정화한 뒤 경포호로 흘러들어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는 인공 습지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경포호 수질을 4등급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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