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름다운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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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93년 월드컵 예선 경기가 한창인 영국 런던. 유고 내전을 피해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그러나 시내버스에서 마주친 이들은 적대적인 관계때문에 사소한 시비로 다짜고짜 몸싸움을 벌이다 급기야 병원에 실려간다.

이들이 실려간 병원에는 아내에게 버림받은 의사 몰디가 전쟁 중 강간으로 생긴 아이를 낙태하려는 부부를 마주하고 있다.

몰디의 이웃에 사는 축구 홀리건 그리핀은 마약에 취해 잠들었다가 구호물자와 뒤섞여 보스니아 전장에 떨어진다.

BBC 방송 종군 기자인 제리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또 보스니아 농구 선수 출신의 군인은 상류층 출신의 여자 외과의사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아름다운 사람들(Beautiful People)' 은 이처럼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애절하지만 따듯한 이야기를 다섯 편의 에피소드로 수놓는다.

시끌벅쩍 요란스럽고 유머가 넘치지만 코미디는 아니고, 눈물겹도록 가슴 저미지만 비극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전쟁 영화 아닌 전쟁'영화는 전쟁으로 찢겨진 보통 사람들의 끈질긴 삶의 콜라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영화의 밑바닥에 따뜻함이 깔려있다 하더라도 전쟁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단호하고도 냉정하다.

냉소적이면서도 진지한 이 영화는 대처주의가 초래한 영국 사회의 가족의 붕괴에 대한 신랄한 분석이기도 하다.

89년 영국으로 이주한 옛 유고슬라비아 출신 감독 재스민 다즈다르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영국의 좌파 감독 켄 로치의 영화에서 촬영을 맡았던 배린 아크로이드는 우연한 관계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박하고 꾸밈없는 영상으로 담아냈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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