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오진사망에 "진상규명" 1년 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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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늦게라도 경찰이 병원의 잘못을 밝혀내 너무 다행입니다. "

지난해 4월 치료 도중 숨진 아들 건일(建鎰.5)군의 사인규명을 위해 1년여 동안 힘겹게 병원측과 싸워온 김철년(金哲年.36.서울 강서구 방화동.건축업)씨는 23일 복받치는 울음을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金씨는 서울 양천경찰서가 라이증후군 환자인 건일군을 폐렴으로 잘못 진단, 사망케 한 혐의(과실치사)로 李모(28.여)씨 등 I병원 전공의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라이증후군은 간기능이 급격히 악화돼 몸속에 암모니아가 차올라 갑자기 사망하는 특이한 병으로, 유아 돌연사의 주원인이다.

건일군이 심한 구토.두통으로 I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지난해 4월 24일. 응급실 당직의사는 폐렴으로 진단을 내렸고 건일군은 곧바로 일반병실에 입원했다.

그날 밤 金씨는 간호사에게 네차례 "위독하니 의사를 불러 달라" 고 호소했지만 의사는 밤새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건일군은 이튿날 오전 11시쯤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결국 오후 2시쯤 숨졌다.

아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진 데 분노한 金씨는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 며 경찰에 사인규명을 위한 부검을 요청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3개월에 걸친 조사끝에 지난해 8월 "건일군은 라이증후군으로 사망했다" 고 사인을 밝혔다.

하지만 병원측은 여전히 "최선을 다했다. 치료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는 말만 되폴이했다. 참다못한 金씨는 지난해 10월 병원측을 상대로 1억3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金씨는 "의료사고를 조금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병원의 고압적 자세가 조금이라도 고쳐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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