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 특파원 중국-대만 최접경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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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파인 천수이볜(陳水扁)이 당선된 이후 양안(兩岸)간에는 팽팽한 긴장이 계속돼 왔다.중국 인민해방군은 陳총통 취임식을 앞둔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7개 군구를 총동원,대대적인 실전 연습을 벌였다.

만일 양안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첫 충돌점은 진먼다오(金門島)가 될 수밖에 없다.중국 푸젠(福建)성이 채 2㎞도 안 떨어진 지점에서 코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陳총통이 취임후 첫 방문지로 진먼다오를 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대만 정부는 22일 외국 기자들에게 모처럼 진먼다오를 개방했다.

타이베이(臺北)시내 쑹산(松山)공항에서 비행기로 45분만 날아가면 양안 분단의 최전선 진먼다오가 나온다. 그 서쪽 끝 마산(馬山)관측소 꼭대기에 서면 중국 대륙이 발치께로 바짝 다가선다.

"대륙까지 쉬지않고 헤엄쳐 갔다가 돌아올 수 있습니다. "

벼랑끝 관측대에 선 20대 초반의 앳된 병사가 자신있게 던진 말이다. 수영에 자신있는 일반인이라도 거뜬히 건널 만한 거리다.

관측소 옆을 돌아나오면 '산하를 돌려달라(還我河山)' 고 커다랗게 쓴 게시판이 나온다. 진먼다오에 주둔하는 6천여명의 대만 군인들은 아침 점호 때마다 이 구호를 크게 외친다.

미로처럼 뚫린 지하 땅굴을 통해 대륙을 관측하는 지하 관측소에서 만난 두밍셴(杜銘顯)상병은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진사전(金沙鎭) 웨이터우완(圍頭灣)내 인적 끊긴 해변에는 대만 해군이 자랑하는 '개구리부대 '가 소리 없이 웅크리고 있다.

바다를 제집처럼 여기는 군인들이 개구리 같은 자세로 조용히 바다를 헤塤쨈鳴?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햇빛이 화살처럼 내리꽂히는 백사장에서 이들은 전투용 팬티 하나만 달랑 걸친 채, 구슬 같은 땀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개구리부대 1012정찰대 소속 라이촨차이(賴傳財)소령은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1주일에 두세 차례는 작전이 벌어진다" 고 말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대만 국군(國軍)간 직.간접적인 접촉이 빈발하고 있음을 내비친 말이다.

햇볕에 달아 온몸이 시뻘개진 한 병사도 "해방군을 자주 만나느냐" 는 질문에 "가끔 마주친다" 고 외쳤다.

그러나 외견상 진먼다오는 무척 평온해 보였다. 군사장비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여느 어촌 마을이나 다름없이 한가롭고 평온한 분위기다.

도대체 군사장비는 어디 있을까.

"모두 지하에 숨겨져 있다" 는 것이 대만군측의 설명이다. 지상에는 병사들이 묵는 숙사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어설픈 모습이었다. 개구리부대의 한 지하벙커는 분명 병사들이 근무하는 곳일 텐데도 표지판은 반쯤 떨어져 너덜거리고,벙커 이곳저곳도 무너져 있었다.

병사들의 말처럼 그들의 실제 생활이 한치의 빈틈도 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리 양안간에 오가는 단어들이 험악해도, 서로의 군대가 대규모 훈련을 벌이며 으르렁대도 실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믿는 대만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마찬가지로 대만의 군인들도 내심 "그런 일은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진먼다오(金門島)〓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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