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사가 안 된다기에 … ” MB ‘욕쟁이 할머니’ 깜짝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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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명박 대통령이 12일‘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청역 사거리 인근 포장마차를 깜짝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강종순씨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토요일이었던 12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청역 사거리 인근 지하실 내 포장마차를 찾았다. 이 가게의 주인은 이 대통령의 대선 TV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에 출연했던 강종순(69)씨. 광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국밥을 주며 “더 먹어, 이눔아.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꼬옥 살려라~잉!”이라고 외쳤던 바로 그 강씨다.

“욕쟁이 할머니네 가게가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가게 방문을 지시해 성사됐다고 한다. 대선 광고를 찍었던 제작진이 회사 회식을 핑계로 미리 자리를 잡고 있고, 이 대통령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서는 ‘깜짝 방문’이었다. 이 때문에 강씨는 이 대통령을 보고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에게 이 대통령은 “요즘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해 찾아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엔 부인 김윤옥 여사와 박형준 정무수석, 김은혜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진이 동행했다. 또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을 도왔던 한나라당의 정병국·강승규·정태근 의원도 참석했다. 대선 때 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뒤늦게 연락을 받고 합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들과 1시간40분 동안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 영사기로 이 대통령과 강씨가 출연한 TV 광고를 다시 돌려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건배사로 “욕쟁이 할머니의 포차(포장마차)가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강씨가 지난해 언론과 인터뷰(본지 12월 11일자)에서 “대통령을 욕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잘 읽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이제는 대통령이 잘 해주실 걸로 믿고 마음을 놓으며 기다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일행은 매상을 올려주려고 계란말이·오돌뼈볶음 등의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과 만찬을 마친 뒤라 ‘2차 식사’였지만, 열심히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이날 20여 명이 먹은 음식값은 모두 100만원 가까이 됐다고 한다. 이 돈은 김윤옥 여사가 준비해온 현금으로 냈다. 김 여사는 강씨에게 파란색 목도리와 외투를 선물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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