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오자와 간사장 “한국민이 환영한다면 천황 방한 언제든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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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속의 불행한 시기는 일본인으로서는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일본의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12일 오전 국민대 학술회의장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300여 명의 학생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7)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12일 국민대에서 ‘새로운 한·일 관계와 그 역할을 담당할 지도자 육성’이란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은 평소 지론을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250여 명의 국민대 학생과 5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다. 오자와 간사장은 “일본과 한국은 민족·문화·정치·경제 등 여러 면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며 일본 기마민족 정복설과 우랄알타이어족설을 언급했다. 그는 “자민당 간사장 시절 저명한 고고학자인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 도쿄대 명예교수를 방문해 기마민족 정복설에 대해 알게 됐다”며 “한반도 남부 지역 권력자가 규슈지방에 거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주일 카자흐스탄 대사로부터 우랄알타이어를 쓰는 민족이 카자흐스탄을 출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점으로 미뤄 한국과 일본 민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라는 걸 알 수 있다”며 “양국 학생들이 한·일 간 역사를 정확히 인식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나갈지 진지하게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일본 일왕(일본에서는 천황) 방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오후 조훈현 9단과 바둑을 둔 뒤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인이 환영한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일왕 방한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한·일 양국에서도 내년 한일병합 100년에 맞춰 일왕이 한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은 재일동포 등 외국인 지방참정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날 강연에서 “지방참정권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가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일본 정부가 법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년 국회에서 현실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대생들과는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한 학생이 “일본 언론에 나오는 간사장의 모습에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모습이 많다”고 지적하자 그는 “국회 본회의와 같은 형식적인 자리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일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식으로 만찬을 함께 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오자와 간사장이 민주당 신(新) 정부 하에서 한·일 관계가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내년이 양국 우호협력의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사업도 적극 추진해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상·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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