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제재·대화 병행 원칙 확인한 북한산 무기 압류 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북한제 무기를 실은 화물기가 그제 태국에서 억류됐다.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이다. 대화와 제재를 분리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투 트랙 전략 이행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면 슬그머니 제재가 자취를 감추던 부시 행정부 때의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사일 20여기, 대전차 로켓포 48기 등 35t의 북한제 무기를 적재한 평양발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를 재급유 과정에서 태국 당국이 검색·억류했고, 그 배경에는 미 정보 당국의 협조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더 자세한 경위는 태국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제3국기를 이용해 북한이 무기 수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정황은 명백해 보인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라 6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북한산 무기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결의 11조와 14조는 ‘금지물품을 적재하고 있다고 믿을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항구와 공항 등에서 북한행, 북한발 화물을 검색한다’ ‘금지품목을 발견했을 경우 압류하고 처분 결과를 제재위원회에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국은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정보를 근거로 화물기를 검색하고, 무기를 압류한 것으로 보인다. 8월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으로 향하던 제3국 선박에서 북한제 무기를 압류했고, 6월 말에는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이 미얀마로 추정되는 목적지를 향해 가다 미 함정의 추적 끝에 회항한 사건도 있었다.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북한의 무기 수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모처럼 조성된 북·미 간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라지만 북한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유엔 제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6자회담에 복귀해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