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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희소성 충족 … 연 10%대 수익도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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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류 매장. ‘맥캘란 리미티드 에디션 라리크 3’란 위스키가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싱글 몰트위스키 브랜드 맥캘란이 프랑스의 크리스털 공예 명가 라리크와 함께 2005년부터 2년마다 공동으로 내놓는 제품이다. 400병만 한정 생산한 이 술의 가격은 자그마치 1900만원. 어지간한 승용차 값과 맞먹는 위스키를 누가 사갈까 싶다. 하지만 라리크 3를 수입 판매하는 맥시멈코리아 측에 따르면, 국내 들여온 10병 중 7병이 벌써 팔렸다고 한다. 이 회사가 특별 관리하는 양주 수집가들에게 ‘조용히’ 넘어갔다는 것이다.

수입이 되기도 전에 입도선매된 위스키도 있다. 윌리엄그랜트 앤 선즈 코리아가 이달 23일 선보이는 ‘글렌피딕 50년산’이 그렇다. 황금호박색을 띠고 있는 글렌피딕 50년산은 글렌피딕 위스키 가운데 최고급 제품으로 장미·제비꽃 향과 담뱃잎 향 등 풍부한 향으로 위스키 애호가에게 환영받고 있다. 이 회사 이상훈 브랜드 매니저는 “글렌피딕 설립자인 윌리엄 그랜트가 9명의 자녀를 위해 1937년과 39년 사이에 저장한 9개의 오크통 가운데 두 개를 섞어 만든 몰트 위스키”라며 “정식 수입도 하지 않았는데 서울 시내 한 호텔과 백화점에서 각각 예약 구매했다”고 소개했다.

초고가 양주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수천만원 하는 위스키가 한두 개씩 한정판으로 판매되더니 최근엔 ‘억’ 소리 나는 위스키도 나왔다.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서 전시 중인 ‘윈저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출고가가 2억2000만원이다. 영업·관리비용, 이윤 등을 더한 판매가는 3억원. 지난 10월 중순부터 롯데호텔에서 한 달간 선보이기로 했다가 연말까지 전시 기간을 연장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일단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구입 의사를 타진해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윈저 다이아몬드 주빌리. 12병(2병). 3억원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윈저’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가 브랜드 홍보를 위해 들여온 제품. 이 회사 김태호 매니저는 “실제 판매용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출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12병이 만들어졌는데 한국에 2병이 들어왔다. 조만간 4병이 추가 수입될 예정이다. 나머지 6병은 윈저의 중국·동남아시아 진출을 기념해 각 지역에서 1병씩 출시된다.

다이아몬드 주빌리 용량은 750mL. 위스키 잔(40mL)으로 17.5잔이 나온다. 잔당 1714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 술을 담은 병의 몸값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병 앞면 위쪽엔 18K 금 장식에 0.5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병마개와 받침대 등은 영국 왕실에서 보석을 다뤄온 은세공 전문가 조너선 윈터가 모두 은으로 손수 작업했다. 공정 하나 하나에 명장의 정성이 묻어 있다는 설명이다.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출시한 ‘조니워커 블루라벨 1805’도 시가 2400만원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200병이 출시됐으며 최소 45년에서 60년 이상 숙성된 최상급 품질의 위스키 원액이 배합됐다.

786병 한정 생산분 중 국내에 4병이 들어온 코냑 ‘루이13세 레어캐스크 리미티드 에디션’도 시가 2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100년이 넘는 숙성 기간으로 유명하다.

이들 제품이 이렇게 비싼 것은 수십~수백 병만 한정 생산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12병, 글렌피딕 50년산은 50병만 팔린다. 홀마크·케이스까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담당 마스터의 자필 서명과 보증서가 들어가는 것은 필수다. 그러다 보니 희소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한다. 주류 업계에서는 국내 10여 명의 위스키 수집가들이 향후 투자 가치를 보고 이런 고급 한정판을 사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매자 중 대기업 오너, 유력 자산가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인적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정판 위스키의 투자 수익률은 꽤 짭짤한 편이다. 세계적으로 61병만 출시된 ‘글렌피딕 래어 컬렉션 1937(64년산)’의 2002년 경매 낙찰 가격은 2만 달러. 7년이 지나 올해 홍콩 면세점에 6병이 등장한 이 술의 판매가는 12만 달러였다. 7년 만에 몸값이 6배로 뛴 셈이다. 투자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30% 정도 된다. 40병이 한정 생산된 ‘맥캘란 화인&래어 1926’도 지난 18년간 가격이 6배나 올라 현재 판매가는 6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말 900만원에 팔았던 ‘맥캘란 라리크 1’은 현재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수십 병만 한정 판매하는 위스키는 연평균 10~20% 정도 가격이 오른다고 보고 있다. 이런 높은 수익률 때문일까, 아니면 가격 부담 때문일까. 수집가는 초고가 위스키를 소장용으로 보관하지, 맛을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물론 업체는 업체대로 제품이 안 팔려도 크게 상관없다. 이미 고가 제품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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