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사면초가…야당 '대륙풍 공세'에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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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에 이어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이 5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야당의 '대륙풍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쑹 주석은 11일께 베이징에서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등을 만날 계획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천 총통은 이달 초 쑹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에 가면 (후 주석에게) 내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쑹 주석은 오히려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 독립 세력과 싸울 것"이라며 천 총통을 겨냥했다.

야당의 대중국 교류는 이미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중국의 선심 작전에 민심까지 여당인 민진당을 떠나고 있다. 민진당 정권이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외면해 대만 경제가 나빠졌다는 여론이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6일 연합보(聯合報)의 여론조사 결과 민진당 지지율은 지난해 9월 36%에서 이달 초 26%로 뚝 떨어졌다. 반면 국민당은 43%(종전 37%)로 뛰어올랐다. 롄 주석의 방중을 계기로 여야 지지도가 역전됐다.

민진당 내부에서도 비판 분위기가 강하다. 급진 독립파인 왕싱난(王幸男) 입법원 의원은 "당 기층 조직에서 항의 전화가 잇따라 조상 8대(代)까지 욕먹고 있다"며 "천 총통이 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총통이 롄잔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쑹 주석을 통해 자신의 친서를 후 주석에게 전달하려고 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왕 의원은 "천 총통이 하나의 중국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당 소속 의원 89명 중 20여 명도 이런 발언에 동조하고 있다.

중국은 천 총통에 대한 '왕따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후 주석은 "대만의 어떤 단체.정당.인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천 총통이 "대만 독립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항복 선언할 때까지 정부 간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천 총통을 고립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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