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잼, 6집 앨범 '바이노럴'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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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불안한 청년기의 고뇌를 암울한 선율로 노래해온 펄 잼. 1991년 지저분한 소음같은 그런지(Grungy)사운드의 데뷔음반 '텐' 을 빅히트(1천만장 판매)시키며 너바나와 함께 90년대 미국록의 대표주자가 된 시애틀 출신 5인조다.

데뷔 10년을 맞으며 랩과 테크노등 새로운 장르로 차트를 뒤덮는 후배 밴드들에게 쫓기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펄 잼은 최근 여섯번째로 낸 새음반 '바이노럴' 에서 여전히 통렬한 기타음과 듣기 좋은 곡조를 선사한다.

이들은 늘 끔찍하리만큼 어두우면서도 그만큼 듣기좋은 선율로 대중을 사로잡아왔다.

힘과 멜로디를 융합시킬줄 아는 특유의 테크닉 덕이다. 이번에는 사이키델릭.블루스.포크 냄새가 물씬한 70년대 기타톤으로 그것이 한층 격조있게 표현됐다.

타이틀곡 낫싱 애즈 잇 심스 는 그 특성을 대표하는 곡으로 블루스풍 기타 솔로가 인상적이다.

빌보드 모던 록차트 11위로 데뷔했다. 펄 잼 멤버들은 데뷔 후 10년간 록스타가 밟게되는 모든 단계를 거쳤다.

엄청난 상업적 성공에서, 그것을 전혀 달가와하지 않는 악동적 태도,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돌연한 은둔, 자선 콘서트와 언플러그드 무대를 통한 재기까지.

해볼 것 다 해봤음에도 펄 잼은 새 음반에서 여전히 원기왕성하고 메시지 충만한 음악을 들려준다.

거친 기타에 얹힌 보컬 베더의 목소리는 황량하면서도 시인의 자작시 낭송처럼 귀에 감겨든다. 기타리스트 스톤 고사드와 마이크 메크레디의 연주도 꾸밈없는 가운데 격조를 풍긴다.

펄 잼 멤버들은 노래 가사 도처에 고뇌에 찬 은유를 깔아 놓았다.

그러나 휘파람을 불고 싶어지는 특유의 멜로디 때문에 가사에 신경쓸 겨를없이 곡에 심취하게 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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